[시론-이창선] 외환시장 개입 신중해야 기사의 사진

그동안 주식시장이 폭락하는 와중에도 비교적 선방했던 외환시장이 9월 중순 이후부터 흔들리는 모습이다. 원화 환율은 달러당 1100원 선을 훌쩍 넘어 한때 1200원 선을 위협하기도 했다. 여타 신흥국들도 동일하게 통화가치 급락을 겪고 있다고 치부하기에는 최근 원화 절하 폭이 과하다는 느낌이다.

위기의 진원지인 유럽의 유로화에 비해서도 원화의 하락 폭이 훨씬 큰 것을 정상적으로 볼 수만은 없다. 소규모 개방경제인 우리나라는 주가보다 환율이 위기의 바로미터로 더 중요시된다는 점에서 최근 환율 급등이 심상치 않다.

때문에 환율방어, 특히 달러당 1200원 선을 지키려는 외환당국의 시장개입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정부의 환율방어 능력과 의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외국인 투자자금의 추가 이탈을 막는 효과가 있기도 하다. 이러한 시장개입은 국제적으로도 충분히 용인된다.

환율방어 불가피 인정되지만

그러나 외환시장 개입의 불가피성을 인정하더라도 개입의 효과와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고민하는 등 시장개입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쏠림 현상이 극심한 상황에서 외환시장 개입은 일시적인 환율 안정 효과를 가져올 뿐 중장기적으로는 효과가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자칫 외환보유액을 소모하면서 투기세력의 배만 불리는 일이 될 수 있다.

아직 유럽 재정위기의 향방이 불확실한 만큼 위기가 본격화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점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외환당국 입장에서는 외화차입이 어려워진 금융기관들에 직접 외화를 공급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이 올 수도 있음을 감안해야 한다.

더욱이 최근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급속히 줄어드는 추세다. 향후 외환보유액을 늘릴 여지가 크지 않아 보인다. 따라서 현재 3000억 달러 가량인 외환보유액이 보수적인 관점에서 넉넉한 것은 아니다. 단기간 내 수백억 달러의 외국인 투자자금이 유출되고 비슷하게 외환보유액이 급감할 경우 외환시장 내의 불안심리가 증폭되면서 외국인 자금의 추가 이탈을 부추길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외환보유액만으로는 외환유동성과 관련된 대내외의 우려를 완전히 불식시키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에서 미국과의 외환 스와프 협정을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독자적으로 하기 어렵다면 주요 20개국(G20) 틀 내에서 추진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의 환율 불안 상황은 위기에 대비한 보험으로서 외환보유액의 중요성을 다시금 일깨워주는 계기가 되고 있다. 외환위기 경험국이면서 북한 리스크를 지니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과도하다 싶을 정도의 외환보유액을 지니고 있는 것이 필요하다.

한국은행의 보유 외환은 미국 국채와 같이 안정성이 높은 저수익 자산에 주로 투자되는 등 외환보유에 따른 비용이 발생된다. 하지만 외환보유액으로 인해 위기가 방지된다면 이에 따른 이익이 평상시에 지불해야 하는 외환보유 비용을 훨씬 능가할 수 있다.

현재 외환보유 넉넉하지 않아

아울러 실물경제는 선진국으로 분류되면서도 금융시장 내에서는 아직 신흥국으로 인식되고 있는 점도 바꾸어야 한다. 우리나라와 원화자산이 투자위험지역, 위험자산으로 인식되는 한 글로벌 악재가 발생할 때마다 안전자산 선호 현상으로 선진국 투자자금이 대거 유출될 수밖에 없다.

다행스러운 것은 최근 아시아 지역으로부터 국내에 유입되는 자금 규모가 커지고 이 자금들은 비교적 국제금융 상황에 덜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점이다. 경상수지 흑자를 바탕으로 국제투자시장에서 위상이 높아지고 있는 아시아 국가들과 금융협력을 확대함으로써 자본 유출입의 변동성을 줄이고 금융시장 안정을 기해야 한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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