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포럼-현길언] 시민 운동가와 현실정치 참여 기사의 사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비 정치권 인사들이 참여하면서 새로운 정치바람이 불고 있다. 안철수씨는 여론의 회오리바람을 불게 해놓고 사라졌고, 박원순 변호사는 일찍 태도를 굳히고 이제 범야 단일 후보라는 험난한 과정을 앞에 두고 있다. 범 보수 시민후보로 나섰던 이석연 변호사는 “날 과대평가했나 보다”라는 독백을 남기고 29일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러한 북새통 속에서 여야는 어렵게 후보를 정했다. 이러한 일련의 사태를 보면서, 새삼스럽게 우리가 참 이상한 나라에 살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각 분야에서 ‘괜찮은 사람’이라는 평판을 얻는 사람은 대부분 결국에는 정치를 하게 되는 일을 종종 만나게 된다. 유능한 학자가, 성공한 사업가가, 뛰어난 경영인이, 양심적인 법조인들이 ‘쓸만하다’ 싶으면 정치판으로 들어가서는 평생 쌓아놓은 자기 삶을 헐값에 팔아버린 경우를 많이 본다. 성공한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자기가 가야 할 길이 아니었기 때문에 후회한다.

최근에 비 정치인들이 서울시장 보선 후보로 등장함으로써 정치권을 긴장하게 만든 일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해석과 의미 부여가 가능할 것이다. 혹자는 정당들에 충격을 주는 의미 있는 사건이라 말한다. ‘모든 것은 정치로 통한다’는 정치적 욕망이 정직하고 치열하게 세상을 살아온 사람들의 마음을 휘어잡지 않았나 우려된다.

한국 정치판은 왜 자기 분야에서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까지 걱정하며 기웃거리게 만드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한국 현실에서 ‘정치하는 사람에게 더 이상 정치를 맡겨서는 안 된다’는 정치 불신의 여론이 크다는 사실도 작은 문제가 아니다. 그 반대로, 우리 사회에서 ‘쓸만한 사람들’까지 정치가 다른 분야보다 가치 있고 필요하다는 ‘정치 만능’ 의식을 갖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이러한 생각은 뒤집어 보면 정치권력에 대한 자기 욕망의 한 반향일 수도 있다. 어느 것이든 한국 미래를 위해 극복되어야 할 과제들이다.

국가 발전과 국민 행복을 위해 꼭 정치를 해야 한다는 정치적 소명의식은 그렇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정치보다 더 중요한 일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정치는 가장 강력한 힘을 갖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그러한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이 우리 현실이다. 그것은 1990년대에 들어와 민주정부가 들어선 이후 대통령이 네 번이나 바뀌었으나 공직자 윤리의식 하나 제대로 정립하지 못했다는 사실에서 증명된다.

왜 그렇게 무력한 정부였을까? 누구도 정치권력을 행사하는 그 최고 자리에 앉으면 국가와 사회를 위한 일보다는 자기 정파, 자기 권력을 위한 일을 먼저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정치인의 생리다. 순수하게 자기 분야에서 치열하고 정직하게 일했던 사람들의 그 순수성은 정치를 시작하는 순간부터 변질될 수밖에 없다. 특히 한국에서는 그렇다.

시민운동가들의 정치 참여는 이러한 점에서 문제를 안고 있다. 지금 정치를 하려는 구체적인 사람에 대한 문제는 아니다. 이미 그가 시장 후보로 나서겠다고 한 이상 그는 시민운동가가 아니다. 시민운동이 직접 정치보다 국가 사회에 기여하는 바가 덜하다는 생각부터가 오해다. 그보다는 시민운동에 참여했던 그룹들이 한국 정치의 헤게모니를 잡겠다는 정치권력의 욕망에서 출발했다면 그 편이 오히려 정직하다.

어찌되었든 이번에 시민운동에 헌신했던 사람들이 정치에 대한 욕구는 앞으로 ‘시민운동의 정치 권력화’라는 과제를 낳게 만들 것이라는 점에서 역사가 어떻게 평가할지 두고 볼 일이다. 그러나 어떻든 이 점만은 명심할 필요가 있다. 우리 사회 곳곳에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열심히 정직하게 수행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성숙한 사회로 가는 기간도 단축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설사 시민운동가가 정치가로서 성공적인 변신을 했다고 하더라도 한국의 선진화를 위해 기여했던 시민운동도 새로운 전환기에 들어서는 홍역을 치러야 할 것임은 명백하다.

현길언 소설가 본질과현상 편집·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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