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종칼럼] 박근혜가 유일한 희망인데… 기사의 사진

답답하다. 아들을 법대나 의대에 보내 판검사나 의사를 만들어야겠는데 그놈 하는 짓이 아무래도 그 길을 갈 것 같지가 않다. 아들이 둘만 있어도 한 놈은 포기하고 다른 놈에게 기대를 걸어보겠지만 외아들이니 포기할 수도 없고 속이 터진다.

박근혜를 보는 보수 세력들의 심정이다. 자신들이 이른바 좌파 정권을 물리치고 우파 이명박 정권을 세웠으나, 유감스럽게도 그게 어느새 기대를 저버리고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다행스럽게도 보수 진영의 박근혜가 진보 진영의 누구보다 촉망을 받으며 기대주로 성장해줬다. 가문을 잇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였다.

답답 초조해진 ‘정통 보수’

문제는 그의 학과성적은 나무랄 데가 없는데 적성검사결과나 행동발달기록은 자신들이 원하는 길이 아닌 쪽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우선 그는 과거 세종시나 동남권 신공항 문제 등에 있어 현 정부 및 절대 다수의 보수 세력과는 뜻을 달리했다. 얼마 전 서울시 무상급식에 대한 주민투표에서는 보수 세력들의 지원 애걸을 외면했다. 곧 있을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 지원에 대한 입장 표명을 유보하고 있다. 나아가 보수 세력들의 신앙과는 달리 무상급식을 비롯해서 복지를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남북한 관계에서도 유연성 있는 쪽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다.

정치권 밖의 정통을 자처하는 보수 세력들은 이러한 박근혜와 이에 끌려가는 한나라당에 대한 불만으로 이석연 전 법제처장을 독자적인 서울시장 후보로 내세워봤다. 그러나 국민의 주목을 받지 못해 제풀에 스러져버렸다. 보수 세력들은 박근혜와 한나라당이 정통 보수의 가치를 지키지 못하고 야당의 포퓰리즘에 부화뇌동하면 보수 성향의 유권자들이 이탈하고, 대체 세력이 나올 수도 있다고 경고해왔다. 그러나 그들은 이석연 해프닝으로 박근혜와 한나라당 외에 대안이 없음을 확인하는 데 그치고 말았다.

보수 세력들로서는 초조해질 수밖에 없게 됐다. 이에 앞서 전국을 강타한 안철수 돌풍은 ‘짝퉁 보수’ 박근혜와 한나라당에 의한 정권 재창출마저도 녹록지 않다는 불안감까지 그들에게 안겨주었다. 여론조사에서 박근혜와 안철수가 대선에서 맞붙을 경우 시소게임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또 안철수로부터 서울시장 후보 자리를 양보 받은 박원순은 한자릿수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단박에 50% 위로 뛰어올라 한나라당 후보를 제압하는 것으로 예상됐다.

대안이 없으니 어쩌랴

보수 세력들은 이런 진영의 위기 를 박근혜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최대한 이용하는 모습이다. 안철수 돌풍이 말해주듯 ‘박근혜 대세론’은 그렇게 믿을 만한 것이 못되며, 따라서 보수 세력이 조금이라도 떨어져 나가면 ‘박근혜 대통령’은 물 건너간다고 그를 위협하고 있다. 그들은 또 이번 서울시장 선거가 내년 대선의 전초전이 될 것이라며 박근혜에게 대통령이 되고 싶으면 한나라당 나 후보를 지원하여 당선시키라고 한목소리로 외친다.

그러나 박근혜로서는 그들의 요구에 흔쾌히 응하기가 쉽지 않은 처지다. 선거의 여왕으로 불리는 그인데, 섣불리 나섰다가 패할 경우 대선가도에도 데미지를 입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가 유보적 입장을 취하는 더 큰 이유는 그가 소신이나 약속은 고수하는 원칙주의자라는 점이다. 그는 무상급식에 대해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생각을 달리 했다. 그런데 나경원 후보는 오 전 시장의 입장을 적극 옹호했다. 따라서 나 후보가 이 문제에 대한 입장을 바꾸지 않는 한 박근혜가 나 후보를 지원하긴 쉽지 않다.

박 후보와 ‘정통 보수’ 사이에는 앞으로도 복지나 남북문제 등 국정 운영 방향에서 괴리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보수의 유일 희망이 박근혜이기 때문에 결국은 ‘정통 보수’도 유연성을 보이는 그의 뜻에 따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사족이지만, 복지나 남북문제에 있어 지금의 ‘정통 보수’가 고집하는 것보다 유연한 자세를 취하라는 것이 시대의 흐름이고 더 많은 사람들의 요구라는 게 기자의 생각이다. 박근혜도 시대와 국민의 요구를 그렇게 읽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부사장 wjbae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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