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 탁석산의 스포츠 이야기] 바티스타 만세! 기사의 사진

얼마전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지금 시장은 마리아나 리베라 같은 구원투수를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소방수 역할이 절실하다는 말이라고 하는군요. 박 장관이 야구광이어서 이런 비유가 나왔다고 하는데 적절하지는 않아 보입니다. 친근한 분위기를 만들기 위한 표현으로 이해됩니다만 리베라는 구원투수가 아니라 마무리투수이기 때문입니다. 리베라는 팀의 승리를 지키기 위해서 등판하지 지고 있거나 질 것 같은 상황에서는 마운드에 오르지 않습니다. 팀을 패전에서 구원하는 것은 홈런 한방이거나 결승타입니다. 요즘 야구에서 구원투수라는 말을 쓰는지도 의심스럽군요.

리베라는 뉴욕 양키스 한 팀에서 602세이브를 기록함으로써 메이저리그 신기록을 세웠습니다. 올해는 유난히 마무리투수가 눈에 띄는군요. 삼성의 오승환 선수도 47세이브를 올렸고 임창용도 30세이브에 성공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완투형 투수를 좋아합니다. 한 경기를 완투하다 보면 굴곡이 있기 마련입니다. 그 굴곡을 헤쳐 나아가는 모습이 좋기도 하고 한계에 홀로 도전하는 모습이 비장하기까지 합니다. 그런 이유로 류현진 선수의 팬입니다

이에 비해 마무리 투수는 현대적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전문가라는 것입니다. 이유를 묻지 않는 청부업자의 분위기가 납니다. 승리 청부업자 말이지요. “승리를 지키고 싶다면, 아웃 카운트 셋이 필요하다면 나를 불러라.” 그게 매력이지요. 그런데 현대 야구에서는 선발이든 마무리든 철저하게 관리됩니다. 한계 투구수를 계산하고 타자에 따라 교체되기도 합니다. 요즘 한국 야구에 재미있는 마무리 투수가 등장했습니다. 바로 한화의 바티스타입니다.

10월 1일, 그는 7회에 등판해 2와 3분의 1이닝 동안 무려 52개의 공을 던졌습니다. 저는 바티스타가 마무리 투수 맞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그 다음날 등판해 또 1이닝에 20개를 던졌습니다. 두 경기 모두 실점이 없었고 11게임 무실점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바티스타는 시원시원하게 던집니다. 많은 생각을 하지 않고 자신의 구속을 믿는 것 같습니다. 칠 수 있으면 치라는 듯 던집니다. 그리고 마무리이기에 투구 수를 조절해야 한다고 여기지도 않아 보입니다.

관리 야구에 익숙한 요즘 보기 드문 투수임에 틀림없습니다. 조금만 무리해도 등판시키지 않는 것이 요즘 분위기인데 그런 것에 아랑곳하지 않는 그의 모습에서 길들여지지 않은 야생의 냄새를 맡을 수 있습니다. 관리에서 벗어나는 새로운 한국형 마무리가 탄생하는 것인가요? 모든 것이 관리인 세상입니다. 시간 관리, 고과 관리, 노후 관리. 철저한 관리가 효율적일지 몰라도 조금 답답한 것도 사실이지 않습니까. 바티스타는 시원합니다.

탁석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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