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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준(1966∼ )

저녁을 굶고 지붕에 내리는 빗소리를 듣는다

30촉 전등에 뜰 앞 나무의 풋대추가 비치는데

오는 사람은 없고 오는 비만 있는 저문 집

아궁이에서 저 홀로 타는 장작 소리

설핏 잠이 든 사이 후두둑

초롱초롱한 풋대추 한 대접 지붕에 구르는데

밤비에 글썽이며 빛을 내는 옹기들처럼


모든 게 글썽이고 있다. 저녁을 굶은 아이도, 빗소리도, 30촉 전등도, 풋대추도 글썽이고 있다. 심지어 아궁이의 장작도 글썽이다 못해 타닥타닥 울고 있다. 울면서 타는 불, 눈물 속의 불. 제 풀에 지쳐 울음을 그치고 나면 모든 게 젖어서 빛나고 있다. 밤비에 젖어 빛나는 옹기들도 불 속에서 태어나지 않았던가.

그때는 무엇을 보았는지 몰랐지만 세월이 흘러 시인이 된 아이는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가 젖은 불의 눈동자로 존재의 심연을 보고 있다. 먹먹한 그리움의 힘이 생을 앞으로 밀고 있다.

정철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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