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포럼-박준서] 팔레스타인 유엔 가입 논란 기사의 사진

“이스라엘과 평화공전 의지 없으면 새로운 분쟁의 불씨 될 공산 크다”

그동안 잠잠했던 중동문제가 다시 국제사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지난 9월 23일 미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유엔회원국 가입 신청을 내 문제가 야기된 것이다. 팔레스타인이 유엔회원국이 되어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독립국가가 되고자 하는 염원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무엇이 문제인가?

팔레스타인 유엔 가입과 독립국가 수립에는 한 가지 전제조건이 있다. 그것이 중동평화 정착에 도움이 되느냐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팔레스타인 측은 이스라엘과 평화공존의 의지가 확실하다는 것을 국제사회에 천명해야 한다. 이런 전제가 충족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이 진행된다면 중동지역의 평화가 아니라 새로운 분쟁의 불씨가 될 가능성이 크다.

팔레스타인 땅에 두 개의 국가가 수립된다는 것은 전혀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이미 64년 전인 1947년 유엔총회는 당시에도 골칫거리였던 팔레스타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역사적인 결정을 내렸다. 그것은 세계1차대전 이후 팔레스타인 지역을 관할해온 영국의 위임통치를 1948년 5월 15일로 종료하고 그 지역을 둘로 나누어 유대인 국가와 팔레스타인 국가를 수립한다는 것이었다. 소위 ‘팔레스타인 분할안’이다. 이 안이 가결되자 유대인들은 환호하였으나 아랍인들은 강렬하게 반대했다.

유대인들은 유엔결의안을 받아들여 영국의 위임통치가 끝나기 몇 시간 전인 1948년 5월 14일 이스라엘 독립을 선언했다. 곧 주변의 아랍동맹군은 이스라엘을 공격했다. 제1차 중동전쟁이다. 변변한 무기조차 없었던 이스라엘이었으나, 전쟁은 이스라엘의 승리로 끝이 났다. 그 후 아랍 국가들은 세 번이나 더 이스라엘과 전쟁을 벌였고 모두 이스라엘이 완승했다.

정규전으로서는 도저히 승산이 없음을 깨달은 팔레스타인 측은 ‘테러공격’으로 전술을 바꾸었고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와 같은 테러조직이 생겨났다. 그러나 테러공격도 주효하지 않자 PLO는 결국 이스라엘과 공존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그 결과 1994년에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수립되었고 아라파트가 사망한 후 압바스가 그의 뒤를 이어 수반을 맡고 있다.

지난 60여 년 동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불구대천의 적대관계였다. 네 차례 큰 전쟁을 치렀고 두 번에 걸친 대규모 아랍봉기(인티파다)가 있었다. 수많은 크고 작은 무력 충돌이 뒤를 이었고 이스라엘 민간인을 상대로 자살폭탄 테러가 끊임없이 일어났다. 그럴 때마다 이스라엘은 무자비하게 보복했다. 그동안 증오와 불신의 벽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에 세워진 ‘분단 장벽’ 높이만큼이나 높아졌다. 뿐만 아니라, 양측의 광적인 극단주의자들이 출현해서 사태를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이스라엘의 광신적 청년이 쏜 총탄에 온건파 이스라엘 라빈 수상이 쓰러지는 불행한 일도 있었다.

한편, 팔레스타인 측에서는 이슬람 강경파 조직인 ‘하마스’가 등장했다. 하마스는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의 유화 정책에 반기를 들고 생겨난 무장단체로서, 이스라엘 국가 존재 자체를 부정하며 이스라엘 궤멸을 지상목표로 삼고 있는 극단적인 조직이다. 그런데 현재 이들이 팔레스타인 의회까지 장악했고, 지리적으로는 가자지구를 완전히 그들의 관할권 아래에 두고 있어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내부적으로 심하게 분열되어 있다.

그러나 독립국가를 수립한 팔레스타인이 이스라엘과 평화롭게 공존하는 것이 실현 불가능한 꿈만은 아니다. 거듭된 중동전쟁으로 견원지간이었던 이집트, 요르단도 이스라엘과 평화조약을 맺고 오늘날 자유롭게 왕래하면서 평화를 유지하고 있다. ‘거룩한 땅’이라고 불리는 그곳에 항구적인 평화가 정착된다면 그 이상 기쁘고 환영할 만한 일은 없을 것이다. 문제는 팔레스타인 측이 진정으로 이스라엘과 평화공존할 의지가 있느냐 하는 것이고 아직은 세계가 그들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다.

박준서 경인여자대학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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