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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각-이동훈] 월가의 거짓 아이돌과 탐욕

[데스크시각-이동훈] 월가의 거짓 아이돌과 탐욕 기사의 사진

요즘 TV 예능프로그램에 거의 빠짐없이 아이돌(idol)이 등장한다. 1980∼90년대에는 10대들에게 인기 있는 젊은 가수나 탤런트를 하이틴 스타로 부르더니 언제부턴가 아이돌로 부르고 있다. ‘아이’라는 글자가 붙어서인지는 몰라도 조용필 등 ‘오빠부대’를 거느리던 왕년의 스타들은 감히 아이돌 축에 끼지도 못한다.

아이돌이 이들 젊은 연예인들의 전유물이 된 것은 10대들이 이들을 통해 자신들의 욕구를 대리만족할 수 있는 우상(偶像)으로 여기는 풍토와 연예산업의 이익이 맞아떨어져서일 것이다.

백과사전을 찾아보니 아이돌은 이미지(image) 즉, 형상(形象)이란 뜻에서 시작해 환영(幻影)이란 뜻으로도 발전했다. 특정 대상을 자신과 동일시하지만 환상처럼 덧없는 존재에 불과하다는 의미로 다가온다.

구약성서는 아이돌을 배척 대상 1순위로 지목한다. 이스라엘 백성을 애굽에서 구출해 가나안 땅으로 이끈 모세가 애굽 탈출 여정에 지친 사람들이 숭배하는 금송아지를 배척하는 장면이 나온다. 모세가 산에서 우상숭배를 금지하는 10계를 받는 동안 이스라엘 백성은 금송아지를 만들어 야훼를 배반한 것이다. 금송아지는 진리의 하나님 야훼를 보지 못하고 좇는 허상에 불과하며 눈앞에 보이는 우상은 탐욕을 낳을 뿐이라는 점을 가르치고 있다. 유대교인들은 이 우상숭배 사건으로 욤 키푸르라는 속죄일까지 지내며 조상들의 잘못을 회개하고 있다.

영국의 문호 셰익스피어는 ‘베니스의 상인’ 등 수많은 희곡 작품들을 통해 돈과 명예라는 잘못된 우상 심리가 인간에게 주는 악영향을 간파해 내기도 했다.(오순정 지음, ‘셰익스피어, 신을 흔들다’)

전 세계로 번져가는 ‘월가를 점령하라’ 시위에서도 지난 9일 금송아지가 등장했다. 성직자들이 뉴욕 맨해튼 주코티 공원에서 금송아지 형상에 ‘거짓 아이돌(FALSE IDOL)’ ‘탐욕(GREED)’이라고 새긴 조각상을 들고 행진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황금송아지는 월가를 상징하는 뉴욕증권거래소 앞의 황소(bull)를 희화화한 듯도 하다. 이들은 월가 1%의 부자들이 신자유주의라는 ‘거짓 아이돌’을 추구하게 됐고 이는 탐욕과 경제불평등을 야기했다고 질타하고 있다.

미 공화당 대통령 경선 후보인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계급투쟁이라며 월가 점령시위를 이념논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물론 민주당도 시위대의 주장에 동조하며 시위대 확산을 내년 중간선거와 대선에서 득표로 연결시키려는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다.

정치인들의 득실계산을 떠나 분명한 것은 워싱턴 정가가 2008년 금융위기의 원인인 신자유주의 체제하의 탈규제 병폐를 바로잡지 못해 99%의 분노를 키우고 있다는 점이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두 차례 양적완화를 통해 당장 침체된 경제를 살리는 데만 급급해하는 바람에 월가 억만장자들의 탐욕을 채우는 결과를 낳았다. 티파티 세력들은 각종 규제책들을 내놓을 때마다 오바마를 사회주의자로 몰아붙였다. 금융 자본가와 투자은행들은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은 채, 특히 오히려 정부의 보증에다 미 국민 대다수 납세자들의 혈세까지 수혈 받아가며 이득을 늘려갔다.

‘경제학의 아버지’ 애덤 스미스조차 ‘보이지 않는 손’을 통해 경제주체의 이기심 즉 탐욕을 제어해야 함을 설파했다. 스미스는 탐욕이 아닌 정의와 자혜를 바탕으로 건전한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사회 전체 발전에 기여한다고 강조했다. 청교도가 세운 나라 미국이 잘못된 아이돌 숭배에서 벗어나 세계 최대 경제대국으로서 다른 나라의 역할 모델로 바로 설수 있을지 시험대에 올라 있다.

이동훈 국제부장 dh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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