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포럼-이기선] 서울시장 선거, 멋진 승부되기를 기사의 사진

10·26 재·보궐선거가 공식 선거전에 돌입했다. 이번 선거의 최대 관심사는 서울시장 선거다. 서울시민들은 불과 1년4개월여 사이에 시장선거 두 번, 주민투표 등 세 차례의 선거를 치르게 됐다. 시장 선거를 치르는 데 약 300억원이 든다. 경비는 차치하고라도 그에 따른 행정공백과 시민사회의 갈등과 대립, 정치불신, 선거피로감 등 사회적 비용은 헤아릴 수 없다. 예정에 없던 선거로 막대한 경제적·사회적 비용을 초래한 정치권은 서울시민에게 사죄하는 의미에서라도 겸허한 자세로 선거에 임해야 할 것이다.

서울은 그 상징성과 여론의 파급효과, 약 840만명의 유권자, 그리고 지역주의로부터 자유로운 곳이라는 점 등에서 선거 전략적으로 가장 중요한 지역이다. 더구나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내년 총선에서 최대 격전지가 될 수도권의 민심을 파악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선거를 내년 총선과 대선의 전초전으로 판단하고 총력을 기울일 것이다.

과거에도 정치권에서는 재·보궐선거를 승리하면 정국 주도권을 장악하고, 이어 실시되는 총선 등 전국선거의 승리를 담보하는 양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며, 선거분위기를 과열시키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최근 10년간 수도권에서 실시된 재·보궐선거와 전국선거의 결과를 비교해 보면 양자 간에 특별한 상관관계가 없음을 확인할 수 있다. 불과 몇 개월 간격으로 실시된 두 선거의 결과가 전혀 다르게 나타나는 경우도 있었고, 비슷한 때도 있었다. 이는 선거란 그때그때의 민심을 반영하는 것이며 민심은 조석변(朝夕變), 변화무쌍함을 보여준다. 이런 전례로 미뤄볼 때 서울시장 선거와 내년 총선·대선을 연계하는 것은 섣부른 예단이며, 자칫 지방선거의 본질을 훼손시킬 우려가 크다.

지방행정은 정치라기보다는 경영의 영역에 속한다. 지방자치법에서도 자치단체의 사무를 주민복지증진, 산업진흥, 지역개발, 생활환경시설의 설치·관리, 교육 체육 문화 예술의 진흥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주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일이 자치단체가 해야 할 주된 업무인 것이다. 오늘날 서울시는 물가와 주택난, 교통·환경문제 등 서민생활과 직결된 수많은 현안을 안고 있다. 서울시장 선거는 화려한 말이나 구호를 앞세우는 정쟁의 장이 아니라, 산적한 시정 현안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앞으로 서울을 어떻게 발전시켜 나갈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과 비전을 다투는 마당이 돼야 할 것이다.

벌써부터 선거가 과열·혼탁 조짐을 보이고 있다. 최근 정치권을 공황상태로 몰아넣은 ‘안철수 신드롬’은 구태(舊態)정치에 대한 경고였다. 정치권이 새로운 정치를 갈구하는 민심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면 이번 선거에서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상대 후보의 자질이나 능력을 검증하는 것은 당연히 필요하다. 그러나 이를 구실삼아 흑색선전이나 비방으로 상처를 입히고, 선거판을 이전투구로 몰아넣는 것은 전형적인 구태이자 죄악이다. 허황된 공약(空約)으로 표를 낚으려 하지 말고, 실천할 수 있는 진실된 공약(公約)으로 시민에게 믿음과 희망을 줘야 한다.

지역감정에 편승하려는 유혹을 떨쳐내야 1000만 시민을 아우르는 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다. 국회의원들이 대거 참여하는 등 세 과시성 선거운동도 자제돼야 한다. 정당이 정기국회 회기 중에 국가적 현안을 제쳐둔 채 선거에 몰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도 않고, 국민이 원하는 바도 아닐 것이다. 국회의원이 지역 책임자가 되어 골목을 누비기보다는 국정에 전념하는 모습이 국민의 대표답고, 정치에 대한 신뢰를 쌓는 길이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궁극적으로 정치인들의 정치력 부재에서 비롯됐다. 그러나 선거는 남의 일이 아니라 우리 자신의 일이다. 유권자가 후보들의 자질과 능력, 정책 등을 꼼꼼히 살펴서 마땅한 후보를 선택하고, 투표에 적극 참여해야 정치가 달라진다. 서울을 초일류 도시로 만들 정책대안을 놓고 벌이는 한판 멋진 승부가 되기를 기대한다.

이기선 중앙선관위 전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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