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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호 (1954∼ )

가는실잠자리, 노란실잠자리, 연분홍실잠

자리, 큰청실잠자리, 왕실잠자리, 북방아

시아실잠자리--------이 잠자리들은 잘

끊어지지 않는 질긴 실처럼 몇 십만 년을

이어져왔다. 그것이 지금 거대한 오물덩어

리인 나로 인해 끊어지는 중이다.


실잠자리는 접두어 ‘실’이 주는 느낌으로 인해 끊어진 무엇인가를 이어 주는 접합의 이미지가 된다. 허공을 한 땀 한 땀 누비고 있는 실잠자리. 실잠자리의 바느질 때문에 가을하늘이 이토록 깊고 푸른지도 모른다. 우물 속 두레박 같은 존재가 실잠자리다. 두레박은 물을 떠가는 사람이 없는 상황에서만 고독하고 완전한 존재가 된다. 거기에 무엇을 담는가, 하면 침묵이다. 침묵은 그 자체로 온 세상을 담는 그릇이다. 두레박과 우물과 고독을 연결하는 동아줄로서의 실. 실은 끊어진 것들을 이어붙이는 보이지 않는 신의 손길이다. 이에 비해 인간이라는 종(種)은 무엇인가를 끊어내는 쪽이다. 오물만 배출하는 쪽이다. 문제는 실잠자리가 인간에게 실을 주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가을이다. 실처럼 가는 비가 우리 몸속에 내리고 있다. 잠자리가 날고 있다. 잠자리가 무섭다.

정철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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