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종 칼럼] 작은 표 차가 나라의 앞날을 가른다 기사의 사진

사람에겐 얼마간 악마적 속성이 있는 것 같다. 사람이 죽지만 않는다면, 물과 불 그리고 싸움은 클수록 구경하는 게 재미있다는 고약한 속담도 있기에 하는 말이다.

서울시장 자리를 놓고 벌이는 싸움이 갈수록 커진다. 한나라당에선 나경원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최종병기 박근혜 전 대표가 선봉에 섰다. 야권에선 박원순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손학규 민주당 대표를 비롯해 문재인 한명숙 조국씨 등 이름깨나 있는 이들이 모두 캠프에 합류했고, 정치판을 흔들어 놓았던 비장의 무기 안철수 교수도 투입되리라는 관측이다. 이같이 내년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여야의 모든 잠룡들이 최전선에 투입되는 싸움이라면 당장 정권적 차원의 승부이자 차기 정권의 향방을 가늠하는 전초전이라는 말이 과장은 아닐 터이다. 싸움이 커지면 구경꾼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또 그렇게 되면 구경꾼들도 어느 한편에 가담하게 되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다.

정권이 걸린 서울시장 선거

이번 서울시장 보선은 평일에 실시되기 때문에 투표율이 공휴일로 지정돼 실시됐던 지난해 6·2 지방선거 때의 53.9%에 못 미치는 45% 안팎이 되리라는 게 여론조사 등을 근거로 한 대체적 전망이다. 또 투표율이 45%에 미치지 못하면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가 유리하고 45%를 넘어서면 무소속의 박원순 후보가 유리하리라는 관측이다. 투표율의 높낮이는 젊은층의 투표율이 결정하며 젊은층의 투표 성향은 진보적이라는 게 분석의 근거다.

그러나 기자의 생각은 좀 다르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싸움판이 커졌기 때문에 어느 편에든 가담하는 사람들이 늘어나 투표율도 45%를 넘어설 것으로 본다. 또 45%를 넘어선다고 해서 박원순 후보에게 꼭 유리할 것이라는 관측에 대해서도 동의하기가 어렵다. 과거보다 더 결집된 보수 성향의 유권자들이 투표장을 향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지난해 6·2 서울시장 선거에서는 한나라당 오세훈 후보가 전체 유권자의 25.78%의 표를 얻어 당선됐고 민주당 한명숙 후보가 그보다 0.54% 포인트 부족한 25.24%의 표를 얻어 석패했다. 또 오 전 시장이 정치생명을 건 지난번 무상급식 주민투표에서는 민주당 등 야권이 투표 거부운동을 벌인 가운데 25.7%의 투표율을 보였다. 이 주민투표 참여율은 공교롭게도 오 전 시장이 지난해 선거에서 당선된 총 유권자 대비 득표율과 비슷한 수치다. 물론 투표에 참여하여 전면 무상급식 찬성 쪽에 투표한 사람들도 없지 않겠으나 투표자 대부분은 오 전 시장과 한편이 돼 반대쪽에 투표한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이 같은 두 차례의 투표에서 유권자들의 일관된 경향을 읽을 수 있다는 게 기자의 생각이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오 전 시장이 얻은 표와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참여한 유권자 숫자가 비슷하다는 사실은 보수 성향의 유권자들이 곧 한나라당 지지자들이고, 그 같은 유권자들이 큰 변동 없이 고정돼 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마찬가지로 진보적 성향의 유권자들이 야권 지지자들이고, 그 같은 유권자들도 큰 변동 없이 고정돼 있다고 봐야 한다.

보수와 진보의 진검승부

이렇게 볼 때 이번 선거에서 투표할 유권자들 가운데 부동층은 많지 않을 것이라는 게 기자의 생각이다. 더군다나 이번 투표율을 45% 안팎으로 낮게 전망하다면 확실한 보수 또는 진보 성향의 유권자들만 투표에 참여할 것이고 부동층은 아예 투표에 참여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앞선 두 차례의 투표에서 한 가지 더 추론이 가능한 것은 초기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박원순 후보의 압도적 우세가 지속되기 힘들다는 사실이다. 두 차례의 투표에서 한나라당 후보가 누구든 그에게 투표할 보수 성향의 유권자가 전체의 25% 안팎이 된다는 게 입증됐으며, 야권 후보가 누구든 그에게 투표할 유권자가 이보다 많으리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투표가 본격화되면서 두 후보의 지지율 격차가 좁혀지는 여론조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결론적으로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그 어느 선거보다 보수와 진보의 치열한 싸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 당락은 작은 표 차로 결정되겠지만 그 결과는 나라의 앞날에 분수령이 될 만큼 큰 의미를 지닌다.

부사장 wjbae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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