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말 걸기-김나래] 참신한 후보, 구닥다리 캠페인 기사의 사진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 캠페인, 참 재미없고 지켜보는 것 자체가 짜증스럽다. ‘스타 정치인’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에게 기대했던 건 이런 게 아니었는데…. ‘아름다운 가게’, ‘희망제작소’로 시민사회 진영에 참신한 바람을 불러일으켜 왔던 박원순 후보 역시 이럴 줄 몰랐다.

“세상에 네거티브 없는 선거가 어디 있겠느냐”는 말을 들으면서도 선거 초반 내심 기대했던 그림은 이런 거였다. 두 사람이 ‘누가 더 서울시장을 잘할 수 있을까’, ‘둘 중 누구의 서울이 더 좋은가’ 이런 걸 놓고 불꽃 튀는 토론을 벌이는 그런 그림 말이다.

그런데 그 두 사람이 지금 진흙탕에 들어가 싸움을 벌이고 있다. ‘누가 더 서울시장을 잘할까’란 질문에 답은 안 하고 ‘둘 중 누가 더 나쁜가, 누가 서울시장을 하면 안 되나’를 놓고 싸우고 있는 것이다.

털어서 먼지 한 점 나오지 않길 기대한 건 아니었지만, 한나라당이 제기하는 양손이나 각종 학력 의혹을 들어보면 박 후보가 깔끔하게 인생 관리를 해온 게 아니란 느낌이 드는 게 사실이다. 박 후보로서는 억울한 측면이 좀 있겠단 생각도 들지만. 그래도 여의도를 뛰어넘겠다며 등장한 후보가 여의도의 검증 잣대를 한 방에 깔끔히 정리 못한다는 것 자체가 영 찜찜하다. 박 후보가 그간 보여줬던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시정 구상은 어디로 갔나. 스티브 잡스를 연상시키는 프레젠테이션을 하며 정책을 발표했다는 것만 기억날 뿐, 그 핵심 비전이 뭐였는지는 기억이 나질 않는다.

나 후보도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자위대 행사 참석에 대한 해명이나, 장애인 목욕 사건에 대한 대응이나, 최근 트위터 논란에 임하는 태도를 보면 불성실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정말 잘못했다고, 생각이 짧았다고 진심 어린 사과를 하고 털어내면 좋으련만. 마치 ‘내가 아니라는데 왜 그러세요’ 하면서 측근이나 캠프나, 언론에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건 아닐까.

안타까운 건 한나라당에서 나 후보만큼 대중적인 인기를 갖고 있는 후보도 없을진대, 정작 ‘나경원이 만드는 서울시의 모습’이 어떤 것인지 도통 잡히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변인 등 각종 당직자를 거치면서 높은 인지도와 관심을 받아 온 재선 의원임에도, 정치인 나경원의 비전과 목소리는 세련된 이미지와 달리 뚜렷하게 보이질 않는다.

누가 시작했느냐를 떠나, 좋은 것이냐 나쁜 것이냐를 떠나 이번 캠페인은 ‘여의도 방식’대로 흘러가고 있다. 한동안 ‘안철수 바람(安風)’이 몰아칠 때만 해도, 한나라당 역시 뭔가 다른 방법을 찾을 것 같았다. 하지만 안풍이 주춤해지자 한나라당이 검증이란 여의도식 무기를 앞세워 “여의도를 우습게 보지 마. 이 바닥 나름의 질서와 논리가 있어. 니들이 결코 만만하게 볼 데가 아냐”라고 외치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만약 청문회였다면 (박 후보는) 바로 낙마했을 것”이라거나 “그러고 보면 여의도가 제일 깨끗한 것 같지 않냐”는 의원들의 육성은, 여의도 정치에 대한 그들 나름의 방어 논리이자, 자신감의 표출이다. 여의도를 뛰어넘겠다며 나온 박 후보가 검증 관문조차 넘어서지 못하고 흔들리는 걸 보면, 여의도 정치는 역시 무시할 게 아니란 생각도 든다.

하지만 한편으론, ‘소비자가 왕’이라는 시대에 여의도만 아직도 생산자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갑자기 서울시장을 던지고 나간 한나라당 소속 시장 때문에 때아닌 선거를 하게 된 서울 시민들이 뭘 보고 싶어 하는지, 어떤 얘기를 듣고 싶어 하는지에 대해 충분히 고민하고 내린 결론이겠지만, 어쨌든 한나라당은 자기들이 제일 잘할 수 있는 주 종목으로 승부를 걸겠다고 나섰다. 그래서 더더욱 궁금해진다. 이번 선거의 결과가.

김나래 정치부 기자 nar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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