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궁의 사계] 보리수와 보리수 기사의 사진

창덕궁 궐내각사 인근에 보리수 열매가 예쁘게 익었다. 작은 모양이 루비를 보듯 영롱하다. 하나 둘 몇개씩 씹으면 떫지만 한 움큼 털어 넣으면 맛이 은근하다. 조선왕조실록 연산6년(1499)의 기록을 보면 전라감사에게 ‘동백나무 5∼6그루를 각기 화분에 담고 흙을 덮어 조운선에 실어 보내고, 보리수 열매를 익은 다음에 봉하여 올려 보내라’고 이르고 있다. 연산이 미감(味感)은 있었던 모양이다.

유교철학이 반영된 궁궐에 불교를 상징하는 보리수가 무언가. 우리가 지금 보는 보리수(甫里樹)와 붓다가 도를 깨우쳤다는 보리수(菩提樹)가 섞이면서 생긴 혼란이다. 앞의 보리수는 한국에서 흔히 자라는 나무로, 이름 속의 보리는 전남 보길도로 추정된다. 이에 비해 붓다의 보리수는 보리자나무의 대용(代用)이다. 보리자나무는 아열대 식물이라 우리나라에서는 아예 자랄 수 없다. 사찰 주변에서 쉽게 만나는 보리수는 보리자나무와 비슷하게 생긴 피나무과 식물이다. 이수동명(異樹同名)이니 헷갈릴 수밖에.

손수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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