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신병주] 문화재 환수 전담기구 활성화 해야 기사의 사진

2011년 10월 18일 일본 총리 노다 요시히코는 5책의 도서를 들고 방한했다. 일제강점기인 1922년 조선총독부가 일본 궁내청에 기증하는 형식으로 반출되었다가 89년 만에 본국으로 돌아온 자료들이다. 일본 총리가 직접 들고 왔다는 점과 한·일정상회담에서 도서가 반환된 것은 양국의 불행했던 과거사를 청산하고 새로운 관계를 조성하려는 의도가 크다.

궁내청 도서에 대해 우리가 계속 환수 운동을 전개한 점을 고려하면, 큰 성과를 거두었다고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특히 올해는 1866년 프랑스에게 약탈당했던 외규장각 의궤 297책도 돌아와 약탈 문화재의 반환이 연이어 이루어지고 있다. 최근 들어 문화재 반환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커지면서, 정부의 의지와 시민단체의 노력 등이 결실을 맺은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우리의 국력과 문화력이 상당한 수준에 도달했음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우리 문화력이 이뤄낸 개가

이번에 일본 총리가 가져온 도서는 1897년 고종이 황제 즉위식을 올리고 대한제국을 선포한 과정을 기록한 ‘대례의궤(大禮儀軌)’(1책)와 왕세자 시절 순종과 세자빈 민씨(순명왕후)의 혼례식을 기록한 ‘왕세자가례도감의궤’(2책), 정조가 직접 쓴 글을 모은 문집 ‘홍재전서(弘齋全書)’(2책) 등 5책이다. ‘대례의궤’는 고종이 열강의 간섭에서 벗어나 조선이 자주국임을 선포한 과정을 기록한 의궤라는 점에서 반환의 의미가 더욱 크다. 이 책에는 당시 신하들이 처음으로 ‘만세’를 불렀다는 것과 서울 시민들이 집집마다 태극기를 들고 황제의 즉위를 경축했다는 기록이 보인다. 또 행렬 그림에는 황제의 옥보(玉寶)를 실은 황금색 가마의 모습도 보여서, 황제국 조선의 위상이 나타난다.

이제 한·일 도서협정에 따라 12월 10일까지, 일본의 궁내청 보관 도서는 1205책이 고국으로 돌아온다. 이 중에는 1909년 통감직을 그만둔 이토 히로부미가 대출 형식으로 가져간 도서 66종 938책이 포함되어 있다.

도서 반환 이후가 중요하다. 의궤는 조선왕실의 행사 기록물인 만큼 일반 감상용이나 전시용 문화재와는 차이가 있다. 연구자가 의궤를 적극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적극적인 연구 환경을 조성하여 조선의 왕실 문화, 나아가 한국학의 수준을 높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가야 한다. 반환 도서 중 유일본도 일부 있지만 상당수는 국내의 서울대 규장각과 장서각 등에 소장되어 있다. 따라서 반환 도서와 국내에 소장된 자료들 간의 판본 비교 등 비교사적 연구가 진행될 필요도 있다.

반환 도서들은 일본에 약탈당했다가 돌아왔다는 역사적 상징성이 큰 만큼 국립중앙박물관이나 고궁박물관 등에서 전시회를 개최하여 국민들에게 볼 권리를 제공하는 것도 필요하다. 외규장각 의궤 반환 이후 두 달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개최된 특별전에 국민들의 엄청난 관심이 집중된 점에 비추어 볼 때, 궁내청 의궤 반환 이후에도 체계적인 전시와 홍보가 필요하다.

체계적 반환시스템 갖춰야

향후에 이들 도서를 보관, 관리하고 연구하기에 가장 적절한 기관의 선정에도 세심한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그리고 궁내청 도서 반환을 계기로 문화재청, 외교부 등 정부기관이 주도하고, 학계전문가, 시민단체 등이 참여하는 ‘문화재환수 전담기구’를 활성화하여, 해외에 산재한 우리 문화재를 체계적으로 반환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확보해 나가는 것도 중요하다. 반환된 도서를 국민들에게 친절히 설명하고 체계적으로 조사, 연구해 나가는 작업은 ‘문화’가 키워드로 떠오르는 시대 대한민국의 국격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신병주 건국대 교수 역사학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