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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각-전석운] 무상급식과 후보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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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학교급식 문제가 발단이었다. 서울시교육청이 추진하는 전면 무상급식의 저지를 위해 밀어붙인 주민투표가 실패로 끝나면서 오세훈 전 시장이 물러났기 때문이다.

그런데 누가 서울시장이 되더라도 무상급식 논란은 가라앉지 않을 것 같다.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는 전임 시장과 마찬가지로 무상급식 전면실시에 부정적이다. 그런 나 후보가 시장이 되면 시교육청의 무상급식 계획은 차질을 빚을 게 분명하다. 이는 지난해 교육감선거와 지난 8월 불발로 끝난 주민투표에서 각각 드러난 민의가 왜곡되는 것이다. 지난해 서울시교육감선거에서는 무상급식 전면실시를 주장한 곽노현 후보가 당선됐으며 오 전 시장의 주민투표는 유권자들로부터 외면받았기 때문에 무상급식 전면실시가 유권자들의 선택이라고 봐야 한다.

반면 야권 단일후보인 박원순 후보는 전면 무상급식을 지지하고 있어 그가 당선되면 시교육청의 무상급식은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서울시의회는 무상급식을 지지하는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지배하고 있어서 예산지원도 수월하게 이뤄질 수 있다.

문제는 서울시교육청이다. 서울시는 예산을 일부 지원할 뿐이지 급식정책의 주체는 서울시교육청이다. 그런데 시교육청은 교육감 유고 상태에 빠져 추진력이 급격히 떨어져 있다. 진보 교육감의 정책에 부정적인 정부가 각종 행·재정 압박수단을 동원할 경우 대행체제로 움직이는 시교육청이 곽노현의 무상급식을 관철하기가 쉽지 않다. 무상급식에 관한 한 나 후보의 당선은 민의의 왜곡, 박 후보의 당선은 정책의 왜곡이라는 딜레마를 낳을 개연성이 크다.

이런 딜레마를 가중시키는 사람은 바로 곽 교육감이다. 그는 후보매수 혐의로 재판을 받으면서도 사퇴하지 않고 있다. 본인은 무죄를 주장하지만 이미 드러난 사실과 의혹만으로도 도덕성은 땅에 떨어졌다. 곽 교육감은 박명기 서울교대 교수에게 건넨 2억원이 후보단일화의 대가가 아니라 ‘선의의 부조’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두 사람 사이에 24장의 차용증을 주고받은 사실이 밝혀져 곽 교육감의 선의는 위선으로 드러났다. 뇌물사건에서 흔히 등장하는 차용증은 부정한 돈이 아니라 빌려준 돈이라고 주장하기 위해 작성된다. 수사기관에 적발될 경우에 대비하는 거다. 그런데 뇌물을 건네고도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할 경우 이 차용증을 근거로 돈을 되돌려달라는 민사소송이 가끔 발생한다.

곽 교육감이 박 교수에게 돈을 건넬 때마다 차용증을 작성했고, 박 교수는 그때마다 그 액수만큼 역으로 차용증을 발행했다. 역 차용증은 돈을 되돌려 달라는 소송이 제기될 경우에 대비해 만든 것이다. 그만큼 서로 믿지 못했다는 정황증거다. 아무리 확정판결 이전까지 무죄추정의 원칙이 적용된다고 하지만 곽 교육감은 이제라도 사퇴해야 한다. 다른 공직자들과의 형평에도 맞지 않을 뿐더러 높은 도덕성을 요구받는 자리이기에 더욱 그렇다. 곽 교육감 개인의 무죄를 밝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혼돈에 빠진 서울시교육청을 바로 잡는 것은 더 중요하다.

내년 4월 총선과 동시에 실시되는 세종시 초대 교육감 선거에 나설 후보들이 벌써부터 난립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해 서울시교육감 선거의 진보 후보들간 단일화는 시민단체들의 중재 하에 성사됐지만 그 대가로 거액이 오갔다. 당시 보수 후보들 사이에서도 막판 단일화가 시도됐으나 돈을 주겠다는 약속을 하지 않아 결렬됐다는 게 정설이다. 후보매수 행위가 세종시 교육감 선거에서도 재연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후보자를 매수하고 유권자의 선택을 교란하는 행위를 막지 못하는 현행 교육감 선거 방식은 바뀌어야 한다.

전석운 특집기획부장 swch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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