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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택수(1970∼ )

이 치운 날 돌돌 말아 어느 구석에 처박아두었던 장판인가

사내가 앉는 곳엔 늘 엉덩이 등허리 뜨뜻하게 지질 수 있는 햇볕 한 장이 있다

햇볕이 그를 따라다니는 것일까

그가 햇볕을 잘 접어서 때 묻은 배낭 속에 넣고 다니는 것은 아닐까

한번은 먹구름장 잔뜩 낀 역광장에 그가 누운 자리에만 볕이 내리고 있었는데

구름과 구름 사이로 흐르는 전기가 붉은 구리선을 타고 내려와 전기장판 한 장을 깔아주고 있었는데

이 지상에서 볕이 모두 사라져버린 날

나는 아무래도 그의 배낭 속이 심히 궁금해질 것 같다

형씨 세상의 볕은 다 어디로 가버렸던 말이오

노숙하는 비둘기 빨갛게 언 맨발이 주춤주춤 다가오면 자리를 내주며

세상에서 가장 게을러터진 하품으로 반짝이는 햇볕 한 장


햇볕 장판이라는 말의 탄생을 보고 있다. 말이 아니라 사랑의 탄생이다. 날은 점점 추워져 역전 노숙인들의 등은 더욱 움츠러든다. 그 순간 초겨울의 하늘이 빼꼼하게 열리고 햇볕 한 줄기가 등짝으로 내리꽂힌다.

일년 내내 단 한 푼의 전기요금도 받지 않는 저 우주의 핵융합 발전소라니. 따스하게 덥혀지는 태양의 마술. 노숙인들에게 햇볕은 게으를수록 좋다.

정철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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