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종 칼럼] 누굴 찍지? 기사의 사진

신문들의 이념 분화와 그에 따른 당파성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전엔 중립성을 지키려는 흉내나마 내더니 이젠 아예 보·혁과 여·야로 편을 갈라 이념 전쟁을 치르겠다는 각오인 것 같다. 양쪽 모두 그만큼 이념 상황이 심각하다고 여기는 인식의 반증일 것이다.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관련한 그들의 보도 태도가 그 단적인 예다. 보수 성향의 신문들은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의 대변지 역할을 사양하지 않고 있으며, 진보 성향의 신문들은 박원순 야권 단일 후보의 선거 공보를 자임하고 있다. 후보들과 신문들이 편을 짜 상대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 공세에 올인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기자의 또다른 고민

이러한 현상의 밑바닥에 이념 갈등이 똬리를 틀고 있음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그동안 선거를 지배했던 지역감정 자리에 이념이 들어선 모양새다(물론 지역감정이 완전히 사라졌다기보다는 물밑으로 가라앉았다는 게 더 정확하겠지만 그게 옅어진 것만은 틀림없는 것 같다).

신문들의 이처럼 강력한 오리엔테이션으로, 이번 서울시장 보선에서 유권자들은 자신의 이념을 어느 한쪽으로 자리매김한 뒤 그에 따라 투표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대부분의 유권자들은 자신의 이념을 기준으로 찍을 후보를 이미 결정했으며, 그래서 부동층이 많지 않으리라는 게 기자의 일관된 생각이다.

기자는 의식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들어도 할 수 없지만 이 같은 보수와 진보 간의 양극화 자체를 달갑게 여기지 않는 편이다. 또 네거티브 캠페인에도 식상해 있다. 검증이란 명분으로 제기되는 의혹들이 근거 없거나 과장된 게 많고 무엇보다도 양쪽 주장을 놓고 비교해보면 저질스럽기 짝이 없고 누가 더 나을 것도 없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보선에서 기자가 고민하는 대목은 이러한 이념이나 후보들의 도덕성 등에 못지않게 정당정치의 앞날에 대한 것이다. 다시 말해 정당 후보를 찍을 것이냐 야권 단일화를 내세운 무소속 후보를 찍을 것이냐를 놓고 적잖이 헷갈려하는 것이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등 지금의 정당들이 하는 정치 행태를 보고 있노라면 여·야를 가릴 것 없이 막말로 싹 쓸고 싶은 생각이 들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국리민복과는 전혀 상관없이 당파적 이해에 따른 진영 논리에 사로잡혀 조폭적 행태를 일삼는다. 그리하여 갈등을 풀고 국민을 걱정해야 할 정치가 되레 갈등을 야기·조장하고 국민에게 걱정을 끼치고 있다.

그래서 기존 정당들에게 환골탈태하지 않고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경종을 울리기 위해서 정당 후보 대신 무소속 후보를 택하고 싶다. 얼마 전 불어 닥쳐 지금도 사그라지지 않고 있는 안철수 돌풍도 많은 사람들의 이러한 마음의 발로일 것이다.

정당 후보? 무소속 후보?

그러나 다른 한편으론 대통령 다음으로 큰 선출직에 무소속 인사를 앉혀도 되는지 회의가 드는 것 또한 사실이다. 서울시장이라는 막중한 직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조직된 힘, 즉 정당의 배경이 필요한 게 사실인데 무소속 시장이 잘 해낼 수 있을지 일말의 우려가 없지 않다. 또 무소속 서울시장이 나오면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계속될 수도 있을 것이다. 지금의 정당들이 거듭나야 하지만 그렇다고 정당 정치 자체가 말살돼서는 안 된다는 게 기자의 생각이다. 이번 선거에 이어 내년 총선 대선에서도 시민단체 출신의 무소속 후보 신드롬이 계속될 경우 정당 정치, 나아가서는 정치 자체가 설 자리를 잃고 한동안 혼란이 불가피하다.

기존 정당 정치에 경종을 울린다는 차원에서 투표해야 할지, 그래도 정당 정치는 살려야한다는 차원에서 투표해야 할지 하루 이틀 더 고민해야 할 것 같다.

이와는 별개로 이번 선거에서 무소속 후보의 당선이 제1야당 민주당에게 꼭 좋은 건지 기자로서는 판단이 잘 서지 않는다. 민주당은 박원순 후보를 위해 뛰고 있지만, 무소속 후보가 당선될 경우 이번에 서울시장 후보를 못낸 데 이어 내년 대선 후보도 못 낼 가능성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하기야 간판을 내리고 새로운 정당을 결성하면 되며, 또 그리 될 가능성도 없지 않긴 하다.

백화종 부사장 wjbae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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