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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교 (1946~ )

떠나고 싶은 자

떠나게 하고

잠들고 싶은 자

잠들게 하고

그리고도 남은 시간은

침묵할 것

또는 꽃에 대하여

또는 하늘에 대하여

또는 무덤에 대하여

서둘지 말 것

침묵할 것

그대 살 속의

오래 전에 굳은 날개와

흐르지 않는 강물과

누워있는 누워있는 구름,

결코 잠깨지 않는 별을

쉽게 꿈꾸지 말고

쉽게 흐르지 말고

쉽게 꽃피지 말고

그러므로

실눈으로 볼 것

떠나고 싶은 자

홀로 떠나는 모습을

잠들고 싶은 자

홀로 잠드는 모습을

가장 큰 하늘은 언제나

그대 등 뒤에 있다.


강은교는 1970∼80년대 마력의 시인이었다. 그가 보여주는 허무의 세계는 바닥이 얼마나 깊은지 한번 빠져들면 한동안 그의 주술적 언어에서 헤쳐 나오기 어려웠다. 떠나고 싶은 자 떠나게 하고, 잠들고 싶은 자 잠들게 하고, 그리고도 남는 시간은 침묵하라고 한다. 서러운 사랑법이다. 한 사람이 있다. 누군가를 오래 기다린다. 그 대상은 여전히 오지 않는다. 어느 날 홀로 잠들면서 본다. 가장 큰 하늘은 그대 등 뒤에 있다는 것. 무한 침묵 속에 있다는 것. 지난 연대의 사랑법일 뿐인가. 아니면 지금도 유효한가.

임순만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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