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정책 왜곡하는 청와대…금통위원 공석 18개월째 방치 기사의 사진

우리나라 금리정책을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의 공석이 1년6개월째 지속되는 사상 초유의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이는 명백한 위법사태로 실질적으로 금통위원 임명의 키를 쥐고 있는 청와대가 장기공석 상태를 방치하면서 사실상 통화정책의 왜곡을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회는 청와대에 금통위원 임명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내기로 했다.

지난해 4월 24일 박봉흠 금통위원의 임기가 만료된 이후 그 후임자는 24일로 정확히 1년6개월째 임명되지 않고 있다. 금통위원 공석기간으로는 역대 최장이다. 금통위원 장기공석은 명백한 한국은행법 위반이다. 한은법 2장을 보면 ‘금통위는 7인의 위원으로 구성한다’(13조)고 돼 있다. 공석으로 인해 현재 금통위 회의는 금통위원 6명으로 진행되고 있다. 회의 진행 요건(금통위원 5인 이상)이 안 돼 회의가 연기된 적도 두 차례나 있었다. 금통위원이 3대 3으로 의견이 갈릴 경우 금통위 의장인 한국은행 총재의 캐스팅보트 권한도 사용하지 못한다.

이 문제에 1차적 책임을 져야 하는 곳은 청와대다. 각 기관의 추천으로 금통위원이 구성되고 있지만 임명은 대통령이 하고 있고 추천단계에서조차 청와대의 입김이 좌우하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번 공석 금통위원 추천기관인 대한상공회의소 손경식 회장은 이달 초 국정감사에서 “청와대에서 언질을 주지 않아 추천을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 금통위원인 김태동 성균관대 교수는 “우리의 금통위 격인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가 월스트리트의 영향으로 제대로 시장을 견제하지 못해 금융위기가 발생했다”며 “이 같은 위법사태는 금융위기 가능성을 높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4월에는 당연직인 이주열 부총재(임기 3년)와 임명직인 금통위원 3명(4년)의 임기가 만료된다. 그때까지 현 공석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금통위원 7명 중 5명이 한꺼번에 새로 임명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한은 안팎에서는 “청와대가 임기 말 금통위원들을 자기 사람으로 심기 위해 꼼수를 부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국회도 공석사태 해결에 나섰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간사인 민주당 이용섭 의원은 23일 “이달 안에 국정감사 결과보고서를 채택하면서 청와대와 추천기관인 대한상의, 한은에 금통위원 임명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낼 방침”이라고 말했다.

금통위는 우리나라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최고 의결기관이다. 금통위원은 독립기관으로 당연직인 한은 총재·부총재를 제외하고 기획재정부, 한은, 금융위원회, 대한상의, 은행연합회에서 한 명씩 추천하며 매월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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