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본 옛 그림] (93) 제 이름 부르지 않는 새 기사의 사진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지 않아서 그럴까, 참새는 누명을 자주 쓴다. 죽을 때는 ‘짹’하고 죽지만 살아서는 황새 뜻을 모르는 오종종한 미물이란다. 여름에 해충을 먹다가도 가을철 농작물에 날아들면 참새는 돌팔매를 맞는다. 참새처럼 시끄럽게 조잘대면 입으로 쏘개질하는 사람이고, 이 자리 저 자리 뻔질나게 옮기면 참새 엉덩이 같은 존재가 된다.

참새는 억울하겠다. 알고 보면 텃세 부리지 않는 텃새가 참새다. 게다가 ‘진짜 새’라고 해서 이름이 ‘참새’ 아닌가. 지저귀는 소리도 사람들 헛소리보다 정겹다. 어느 시인이 그랬다. ‘들녘의 참새는 무리지어 말을 주고받는데/ 산골 영감 만나봤자 그 말이 늘 그 말이라네’ 말 많다고 욕하지 말고 말 같잖은 말 그만하라는 말이다.

인조반정에 공을 세우고도 텃세를 내세우지 않아 존경받은 사대부가 조속이다. 그는 참새를 잘 그렸다. 그가 그린 참새는 까불지 않는다. 한 마리가 헐벗은 나뭇가지에 외따로 앉아 깜박 졸고 있다. 머리를 콕 처박은 꼴은 애련하고 늘어뜨린 꼬리는 측은하다. 털갈이를 막 끝냈나, 가는 터럭이 추호(秋毫)다. 같은 새라도 중국화의 참새는 비계가 잔뜩 껴있다. 조속이 그린 참새는 여리고 조만하다.

뒤틀린 나무는 두 줄기, 가지는 마구 벗나갔다. 꼼꼼히 다듬은 구도가 아니라 설다룬 짜임새라서 오히려 조선다운 맛이 난다. 먹빛도 옅고 짙음이 뒤섞여 거칠다. 조선 종이는 생긴 그대로 까슬까슬한 질감이 풍긴다. 잠든 새는 고요하고, 늙은 나무는 스산하다. 새들은 제 이름을 부르며 운다고? 참새는 ‘참!’ 소리 기어코 안 하는 새다.

손철주(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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