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궁의 사계] 가을 나무는 비장하다 기사의 사진

단풍이 절정이다. 산야에 사람들이 몰린다. 나무의 절창을 듣기 위해서다. 단풍나무는 일반명사이자 고유명사다. 한국수목도감에는 이름 그대로인 단풍나무를 비롯해 설탕단풍, 고로쇠, 복자기 등 34종이 등재돼 있다. 캐나다 국기 ‘Maple leaf flag’에 그려진 단풍이 설탕단풍이다. 달콤한 메이플 시럽을 만드는 나무다.

가을 나무는 비장하다. 단풍은 계절의 변화를 받아들이는 고통의 낯빛이다. 단풍은 햇빛의 양이 적어져 광합성 작용이 어려워지자 엽록소에 가려져 있던 붉고 노란 색소를 드러낸 것이다. 무거운 녹색의 옷을 벗고 가장 가벼운 차림으로 겨울 추위를 맞는다.

조선시대의 궁궐에는 단풍나무를 심지 않았다. 잎의 색깔이 변한다는 사실을 두고 지조가 없다고 여긴 까닭이다. 성리학의 나라다운 해석이다. 그러나 창덕궁 애련지 부근에 단풍나무가 꽤 있다. 자연이 스스로 그러하듯 나무는 바람을 타고 씨앗을 멀리멀리 날려 보낸다. 단풍의 ‘楓’자가 이미 그런 속성을 설명하고 있다.

손수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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