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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림(1947∼ )

내가 돌아가신 아버지의 먼지투성이 방석을 풀썩거리니까

그는 죽은 아버지를 왜 자꾸 들썩거리냐고 핀잔을 준다

아버지는 나와 함께 핀잔을 받고도 잠잠하시다 죽음은

괄괄하던 성정(性情)을 잠잠하게 만들기도 하나 보다

나는 아버지가 먼지투성이로 이리저리 밀리시는게 싫다

먼지떨이로 아버지를 툭툭 털면 먼지 아버지가 방 안을 휙휙

날아다니신다 죽음이 벽으로 장롱으로 뽀얗게 내리신다

종래에는 천장에 거꾸로 붙어 고요하시다 깨끗하시다

그러면

산재한 죽음 속에서 나는 일단 기분이 좋다

지금 아버지는 비스듬한 햇살 위에 사선으로 떠서

그저 비스금하고 뿌옇게 계신다


살아계실 때는 한 사람이었는데 돌아가시고 나니 아버지가 셀 수 없이 많다. 먼지 보푸라기 이는 방석에도, 장롱에도, 천장에도 아버지가 계신다. 아니, 먼지가 아버지다. 방 안 가득히 산재하시는 아버지. 산재하시는 죽음. 육체가 없어지고 나니 아버지가 이토록 많다. 스스로 날아오르는 뿌연 먼지 아버지…. 창으로 들어온 햇살이 먼지 아버지를 몽글몽글 드러낸다.

정철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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