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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각-남호철] 역주행하는 정책

[데스크시각-남호철] 역주행하는 정책 기사의 사진

지난달 25일 만취한 40대가 중앙고속도로 원주 인근에서 40여㎞를 1시간 가까이 역주행하다 경찰에 붙잡혔다. 다행히 사고는 없었지만 운전자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든 아찔한 시간이었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펼치는 정책에서도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경우가 적지 않게 눈에 띈다.

최근의 사례로 서울시가 발표한 금연공원 안에 흡연구역을 설치하기로 한 것이 대표적이다. 시가 서울·청계·광화문 광장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한 것은 지난 3월이다. 이어 9월부터 시가 직영하는 20개 공원까지 금연공원을 확대·지정하는 내용의 ‘서울특별시 간접흡연 피해방지조례’가 시행 중이다.

하지만 시는 이달 들어 금연공원으로 지정된 공원 가운데 남산·보라매공원·어린이대공원 등 15개 공원에 11월 말까지 8∼15㎡ 규모의 흡연구역 34곳을 설치한다고 발표했다. 간접흡연으로부터 서울 시민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조례가 시행된 지 채 두 달도 안 된 시점이다. 전면 금연구역을 시행할 경우 흡연자들의 권리를 과도하게 침해할 수 있다는 것이 시가 내세운 이유였다.

비판이 따르는 것은 당연했다. 당초 금연공원을 지정했던 취지가 퇴색한 것 아니냐, 애써 만든 금연공원에 굳이 흡연구역을 만들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특히 설치되는 흡연구역이 밀폐된 공간이 아니라 개방돼 있기 때문에 간접흡연 문제는 크게 나아질 것이 없다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었다. 이에 시는 흡연장소는 다른 시민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최소한으로 설치할 예정이기 때문에 조례의 목적이나 취지를 훼손하는 것은 아니라고 항변했다.

아무리 그럴 듯한 이유를 대더라도 이젠 금연이 대세다. 번듯한 건물에는 예외 없이 적용되고, 길거리에서도 점차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헌법재판소도 혐연권이 흡연권보다 상위의 기본권이라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세계적으로도 공공장소나 길거리에서 흡연을 금지하는 나라는 늘어나는 추세다. ‘애연가의 천국’으로 일컫던 스페인에서도 올해 초부터 강력한 금연법이 시행되고 있다. 학교 병원 음식점 술집은 물론 노상카페 공원 운동장 등 상당수 야외공간에서 흡연은 금지돼 있다.

홍콩에서는 이미 2007년 식당 술집 같은 실내 공간과 공원 운동장 버스정류장 해변 등 공공장소에서 담배를 못 피우게 하는 조례가 도입돼 흡연 금지 장소만 50만곳에 이른다. 금연구역에서 담배를 피우거나 불붙은 담배를 들고 다니기만 해도 최고 5000홍콩달러(약 72만원)의 벌금을 물게 된다.

최근 금융위원회가 추진하다 백지화시킨 1만원 이하 소액 카드결제 거부 방안도 ‘거꾸로 가는’ 퇴보행정의 하나로 꼽히고 있다. 현행 여신전문금융업법 19조 1항은 신용카드 가맹점이 카드결제를 거부하면 1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금액이 적다고 신용카드를 거부하는 것은 신용카드 정책에 역행하는 것이다.

굳이 법 규정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1만원 미만의 카드 결제 비율이 40%를 넘었다는 것에 비춰볼 때 신용카드는 이미 현금과 같은 지불수단이 됐다. 이런 상황에서 비용이 적다는 이유로 결제를 거부한다면 신용사회를 부정하는 꼴이 된다.

도로에서의 역주행이나 시대를 거스르는 정책이나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거나 위험에 빠뜨리기는 마찬가지다. 올바른 방향을 찾는 게 빠를수록 모두를 위해 좋을 것이다.

남호철 디지털뉴스부장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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