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궁의 사계] 곤룡포 물들인 주목 기사의 사진

부용지에 적록의 가을 풍경이 눈부시다. 변절을 상징하는 단풍이 고혹적 자태를 드러내는 동안 주목(朱木)은 예의 검푸른 빛으로 계절의 변화를 감당한다. 상록수에 붉은 이름이 붙은 것은 나무 줄기와 속살의 색깔이 그래서다. 주목에는 씨로 심은 선주목, 꺾꽂이 한 눈주목이 있다. 주목은 일반적으로 선주목을 일컫고, 부용지에서 보듯 비스듬히 누운 것을 눈주목이라 부른다.

주목은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이다. 강원도 두위봉에 있는 것은 나이가 1400년이라고 한다. 김유신과 계백 장군 또래다. 항암물질인 탁솔을 생산하며 건강을 돌보니 스스로 명품을 만든다. ‘죽어 천년’이라 함은 잘 썩지 않아 귀하게 쓰인다는 뜻이다. 낙랑고분이나 경주 금관총 등 권력자의 관(棺)은 어김없이 주목으로 짜였다.

궁궐에서는 임금을 알현할 때 손에 드는 홀(笏)을 만들거나, 곤룡포를 염색할 때 물감으로 썼다. 요즘은 1㎜ 간격으로 촘촘한 나뭇결을 살려 십자가나 바둑판, 노리개를 만드는 데 애용된다.

손수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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