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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제림(1960∼ )

진달래는 우두커니 한 자리에서 피지 않는다

나 어려서, 양평 용문산 진달래가

여주군 점동면 강마을까지 쫓아오면서 피는 것을

본 일이 있다

차멀미 때문에 평생 버스 한번 못 타보고

딸네 집까지 걸어서 다녀오시던 외할머니

쉬는 자리마다

따라오며 피는 꽃을 보았다

오는 길에도 꽃자리마다 쉬면서 보았는데,

진달래는 한 자리에서 멀거니 지지 않고

외할머니 치마꼬리 붙잡고 외갓집 뒷산까지 와

하룻밤을 더 자고, 그제서 지는 것이었다


외할머니에 대한 추억이 아련한 전설이 돼 꽃을 피워내고 있다. 차멀미 때문에 양평 용문산에서 여주 강마을까지 걸어 다니신 외할머니. 발자국마다, 앉았던 자리마다 꽃이 지천이다. 외할머니가 집으로 돌아가실 때면 그 많던 꽃들도 차마 지기 싫어 치마꼬리를 붙잡고 하루, 이틀, 사흘을 더 피어 있는 것이다. 이토록 지극한 외할머니가 있어 외손자는 시인이 됐던 것이다. 지금은 참으로 드문 외가의 전설이자 모계 사회의 전설이다.

정철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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