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 탁석산의 스포츠 이야기] 등산과 상업주의 기사의 사진

북한산에 가끔 오르는 초보입니다. 길어야 몇 시간 정도 산행을 하며 그마저도 많은 시간을 앉아서 노닥거립니다. 돈이 별로 들지 않으니 남에게 돈을 구할 필요도 없고 자신의 체력에 맞게 코스를 골라 쉬고 싶을 때 쉽니다. 상업주의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어 보입니다. 한마디로 등산 실력은 별로지만 속은 편한 것이지요. 하지만 프로는 사정이 다른 것 같습니다. 얼마 전 박영석 대장의 실종에 대해 상업주의 때문이라는 말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처음은 아닙니다. 그 전에 오은선 대장의 등정 여부가 문제됐을 때도 역시 상업주의가 등장했었지요. 여기에서 말하는 상업주의는 주도권의 문제로 보입니다. 히말라야 원정 같은 경우 엄청나게 많은 돈이 필요한 모양입니다. 따라서 산악인이 후원 없이 원정 등반을 시도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하네요. 자연히 등산용품업체가 후원을 하게 되고 여기에 텔레비전이나 신문사까지 가세해 원정에 나선다고 합니다.

이해가 갑니다. 서로의 이해가 맞아떨어지고 서로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이런 방식도 나쁘지 않겠지요. 하지만 주도권을 누가 쥐는가의 문제는 남는다고 봅니다. 주도권 문제란 등산에 관련된 모든 것을 산악인이 결정할 수 있느냐의 여부입니다. 시기와 코스, 대원 구성 그리고 방법 등 중요한 것들은 산악인이 결정하고 후원사는 소리 나지 않게 도와줘야 한다는 것이지요.

박영석 대장의 경우 어떠했는지 저는 전혀 알 수 없습니다. 내부 사정이야 밖에서는 알 수 없는 것이니까요. 하지만 헬리콥터를 이용해 등정에 나서는 것은 어찌된 일일까요?

특집 다큐멘터리에서 히말라야 산봉우리를 차례로 정복할 때 헬리콥터를 이용해 이 산에서 저 산으로 이동하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오은선 대장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왜 산 밑에서부터 걸어 올라가지 않고 헬리콥터로 산허리에 내려서 시작하는 걸까요. 만약 북한산을 오르는데 밑에서부터 한 발 한 발 걸어 올라가지 않고 헬리콥터로 중턱에 내려서 정상에 오른 후 헬리콥터로 도봉산 중턱으로 이동해 정상에 올라갔다고 하면 누가 하루에 북한산과 도봉산 모두에 올랐다고 인정해주겠습니까. 어차피 산에 오르는 것은 산을 즐기고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는 희열 때문 아니겠습니까.

전문 산악인이 헬기를 타고 이동할 정도라면 급한 사정이 있는 것이겠지요. 아마도 경쟁 때문 아니겠습니까. 그러나 이런 경쟁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의심이 듭니다. 등산용품 회사 또는 텔레비전 중계를 위한 등산이 아니라 자신을 위한 등산이 되기를 바랍니다. 누구보다도 자신이 기뻐야 하지 않을까요.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