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궁의 사계] 철 잊은 원앙 기사의 사진

원앙은 참 곱다. 물감으로 그린 듯 섬세하고 아름다운 몸을 가졌다. 거기에다 늘 샤워를 해대니 털에 윤기가 난다. 원앙은 물에서 사는 것 같지만 집은 숲에 있다. 나무 구멍에 둥지를 짓고 알을 낳는다. 물은 놀이터인 셈이다. 얼마나 예민한지 조그만 기척이 나도 물을 버리고 숲 속으로 숨는다. 수륙양용이다 보니 풀씨, 나무열매, 도토리는 물론 달팽이류, 민물고기까지 먹는다. 원앙은 원래 철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텃새가 되었다.

보통 3월쯤 날아와 10월쯤 뜨는데, 지금 창경궁 춘당지에 노니는 저들은 어떻게 된 셈인가. 겨울이면 남쪽지방으로 날아가 월동을 하지만 요즘 추위가 견딜 만한 데다 관람객들이 먹이를 챙겨주니 멀리 이동할 필요가 없다. 겨드랑이 날개의 힘줄을 집어 날지 못하게 만들어 춘당지에 머물도록 한 적도 있다. 그러니 한겨울 고궁에서 함박눈을 덮어쓴 원앙을 볼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얼음이 얼면 너구리 같은 놈이 덮칠 수 있으니 가까운 숲으로 피신한다.

손수호 논설위원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