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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각-박정태] ‘슈스케’의 정치학

[데스크시각-박정태] ‘슈스케’의 정치학 기사의 사진

그들은 진한 감동을 준다. 무대는 환상적이다. 가창력은 물론이고 풍부한 감성과 넘치는 에너지, 화려한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꿈을 향한 열정과 투혼도 남다르다. 리더가 위암 4기라는 가슴 아픈 스토리까지 있다. 무려 200만명에 육박하는 출전자가 경합한 케이블TV Mnet의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3(슈스케3)’. 거기에서 결승에 진출한 남성 4인조 그룹 ‘울랄라 세션’ 이야기다.

오늘 밤, 만만치 않은 3인조 남성밴드 ‘버스커 버스커’와의 최종 맞대결을 남겨두고 있지만 많은 팬들은 울랄라 세션의 정상 등극을 예상하고 있다. 그럴 만하다. 가수 이승철 등 심사위원들마저 극찬했으니까. 아마추어 경연장에 초청된 프로라고 할까. 물론 점수의 60%를 차지하는 시청자 문자투표가 관건이지만 결과에 상관없이 울랄라 세션은 이미 꿈을 이뤘다. 대중의 사랑을 받는 스타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사실 감동적 무대를 연출하는 울랄라 세션이 없었다면 슈스케3는 지난해보다 흥행 성적이 저조했을지 모른다(지난주 시청률은 13%로 지상파·케이블 동시간대 1위). 흥행이 된다는 건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의미다. 별다른 특색 없이 분위기가 엇비슷한 기존 아이돌 그룹과는 전혀 다른 세계의 무대를 보여준 영향도 있겠다.

그런 슈스케의 흥행에 여당이 자극받은 걸까. 서울시장 선거 완패 이후 쇄신안을 마련 중인 한나라당 지도부가 정치신인이나 비례대표 의원을 슈스케 식의 공개 오디션으로 선발하자는 방안까지 내놓았으니 말이다. “정치 쇼”라는 내부 반발에 부닥쳐 정식 거론되기도 전에 쑥 들어가긴 했지만 발상 자체가 우습다. 자기네들이 울랄라 세션인가? 버스커 버스커인가? 아무런 콘텐츠도, 아무런 감흥도 없는 전시성 이벤트를 벌여봐야 국민은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그러더니 갑자기 물갈이론이 나오고 대통령을 ‘협박’하는 등 계파별로 좌충우돌이다. 저마다 기득권을 놓지 않겠다는 속셈이 깔려 있기에 더욱 그렇다. 엊그제 ‘쇄신 의원총회’에서 인적 쇄신 대신 정책 쇄신 기조로 방향을 틀었다고는 하는데 근본적 변화 없이 이반된 민심, 특히 ‘2040세대’의 마음을 되돌릴 수 있을지 의문이다.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다음 달 전당대회를 단독으로 하느냐, 야권 통합으로 하느냐는 문제로 내홍을 겪고 있다. 본질은 역시 기득권 다툼이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야당은 후보도 못 내고 여당은 속절없이 패하는 등 정당정치 실종을 초래한 건 여야 모두 믿을 수 없다는 민심의 분노와 직결돼 있다.

정치권 전체를 조롱 섞어 비판하는 ‘닥치고 정치’(김어준·푸른숲)는 ‘진보 정당이 수도원 이야기라면 한나라당은 동물원 이야기’라고 설파한다. 민주노동당 등에 대해서도 이렇게 말한다. “자기들이 똑똑하고 정당한 게 뭐가 그렇게 중요해. 정치에서 중요한 건 사람들 마음을 얻는 건데.” 여야를 불문하고 대중의 마음을 우선적으로 읽어낼 줄 아는 정서적 통찰력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닥치고 정치’가 마음에 안 드는 이들도 있겠다. 그래도 서점가에 돌풍을 일으킨 ‘스티브 잡스’에 이어 베스트셀러 2위를 차지한 원동력이 무엇인지는 염두에 둬야 한다. 쓴소리가, 말투가, 편향성이 싫다고 무시할 수는 없다. 대중이 찾는 실체이니까. 슈스케는 흡인력이 있다. 노래와 춤, 퍼포먼스, 휴먼 스토리 등 탄탄한 콘텐츠와 신명나는 무대가 정서를 자극하고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니까 대중이 열광한다. 기득권에 연연하는 정치권은 꿈과 희망을 주지 못한다. 대중이 계속 이탈하는 이유다. 여야 정치권이 슈스케 무대에 섰다면 몇 점을 맞을까. 국민 심사위원들은 들어보지도 않고 바로 평가를 내릴 거다. “제 점수는요!”

박정태 문화생활부장 jtpar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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