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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시] 사랑은 ㅇ을 타고


김승희(1952∼ )

사랑은 움직인다

사랑이 동그란 바퀴를 타고 있기 때문에,

당신밖에 할 수 없는 일,

사람에서 ㅁ을 깎아 ㅇ을 만들어서

.....ㅇ....ㅇ....ㅇ......ㅇ......ㅇ......

동그란 바퀴는 구르고 움직이며 때로 미끄러지기도 한다

ㅇ....굴렁쇠......사랑은 누군가의 목을 조이기도 하고

들판 밖으로 나가 굴러 널브러지기도 하고

정착을 모르고 여기저기 쓰러지기도 하지만

깊고 찬 우울, 광야에서 발견한 우물의 ㅇ

(이하 생략)


자음을 모음으로 바꾸는 우리말의 파자(破字)놀이가 파동을 만들고 있다. 그 파동을 타고 발화의 순간들이 미끄러지면서 ‘사람’에서 ‘ㅁ’이 ‘ㅇ’이 돼 ‘사랑’이 된다. 사람이 사랑이 되는 과정은 그야말로 ‘ㅁ’이 ‘ㅇ’이 될 때까지 모서리 뼈를 깎는 고통을 지나야 한다. ‘사랑은 비를 타고(Singin’ in the Rain)’라는 뮤지컬 영화의 경쾌한 리듬이 패러디되면서 빗방울 하나하나가 은총인 듯, 축복인 듯 광야에서 발견한 우물의 ‘ㅇ’으로, 급기야 사랑의 ‘ㅇ’으로 변한다. 오늘도 당신의 ‘ㅇ’은 사랑으로 기운다. 사랑은 ‘ㅇ’을 타고 있기에.

정철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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