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본 옛 그림] (96) 꽃이 부끄러운 뒷거래 기사의 사진

국화꽃 더미 앞에서 벌어진 얄궂은 장면이다. 웃통 벗고 맨살을 드러낸 사내가 대님을 맨다. 구겨진 상투 아래 머리칼은 흐트러졌다. 길게 땋은 머리에 댕기 늘어진 소녀가 고개를 갸울인다. 구김살 진 치마와 속곳을 채 추스르지 못한 차림새다. 얄망스런 할멈이 사내에게 술 한 잔을 건네는데, 손으로 입을 가리며 무슨 소린지 수군거린다.

뭐하는 짓이기에 이리 점잖지 못한가. 정황으로 봐서 알겠다. 젊은 서방이 어린 기생의 초야권을 샀다. 옛말로 ‘머리 얹어주는’ 성 거래의 현장이다. 이미 일은 치렀다. 얍삽하게 생긴 서방의 입가에 밉상스런 흡족함이 배었다. 저 음충스런 할멈이 뚜쟁이 노릇을 했다. 남자로 치면 기둥서방 노릇을 하는 노구(老 )다. 그녀가 입에 발린 말로 어린 것을 달랜다.

미성년을 상대로, 그것도 길바닥에서, 이 무슨 남우세스런 짓거리인가. 아동 청소년 성보호법도, 도가니 법도 통하지 않던 조선의 색줏집 풍속을 참으로 뻔뻔스럽게 그렸다. 그린 이야 물을 것도 없이 혜원 신윤복이다. 화단의 이단아로 떠들썩했던 그에게 걸맞은 소재 아닌가. 혜원의 낯 뜨거운 붓질은 그림에 적힌 글에서 한 수 더한다. 당나라 원진의 시를 따왔는데, 곱씹어보면 야릇하다.

‘국화꽃 쌓인 집은 도연명이 사는가/ 빙 두른 울타리에 해가 기우네/ 꽃 중에 국화를 편애해서가 아니라/ 이 꽃 지면 다른 꽃이 없다네.’ 원시의 뜻은 고상하다. 하여도 마지막 두 구절이 저 서방의 시커먼 뱃속과 겹친다. 갈급한 색정이 숨어있다. 동기(童妓)의 자태는 슬프다. 혜원이 미성년의 초상권을 배려해서일까, 옆모습이다.

손철주(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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