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사초롱-배금자] 낙태 논쟁의 본질 기사의 사진

“인권과 윤리적·종교적 문제들이 얽힌 낙태, 인구 70억 지구촌의 과제로 대두 중”

헌법재판소는 지난 10일, 의사 조산사 등이 임부의 동의를 얻어 낙태한 경우에 형사처벌하는 형법 제270조 제1항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에 관해 공개변론을 열었다. 이 사건은 임신 6주 된 태아를 낙태시켜 달라는 촉탁을 받아 낙태하게 한 조산사가 기소되기에 이르자 처벌의 근거가 된 위 형법조항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 사건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모든 낙태가 불법이다. 예외적으로 모자보건법에 정한 사유에 해당하고 임신 24주 이내에만 낙태가 허용된다. 모자보건법에서 정한 예외사유는 유전학적 질환, 전염성 질환, 강간 등에 의한 임신, 혼인이 금지되는 인척간 임신, 모체 건강을 심각하게 해칠 우려 등이다.

즉 우리나라 법률에서는 예외조항에 해당하지 않는 한 임신초기에도 낙태가 허용되지 않아 미혼, 미성년, 혼외임신, 원치 않는 임신도 낙태할 수 없다. 그동안 불법 낙태가 횡행했으나 산부인과에서 점점 불법 낙태를 꺼리면서 낙태를 원하는 여성들이 병원을 전전하거나 병원이 아닌 곳에서 낙태를 감수하는 처지에 놓이게 되어 이 문제는 근본적인 헌법적 해결을 필요로 하게 된 것이다.

미국의 경우 1973년 Roe v. Wade 사건에서 연방대법원이 여성의 낙태권을 헌법상 사생활에 대한 기본권의 일종으로 인정하면서 낙태를 최초로 합법화했다. 당시 연방대법원은 삼분기(trimester) 방법을 설정하여 1분기와 2분기는 낙태를 허용하고, 다만 2분기에서는 여성의 건강 보호를 위해서만 절차적 규제를 허용하며, 3분기부터는 자궁 밖에서 태아의 생존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아 낙태를 금지할 수 있되 이 단계에서도 여성의 생명, 건강 보호를 위해 필요한 경우 낙태를 허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기준에 따라 사실상 임신 6개월까지는 여성의 낙태권이 인정되고, 임신 7개월부터는 낙태를 금지할 수 있게 됐다.

Roe v. Wade 사건에서의 삼분법 기준은 1992년 Roe in Planned Parenthood v. Casey 사건에서 폐기된다. 의학 기술의 진전에 따라 생존가능성에 대한 종전의 기준(임신 3분기에서부터 생존가능성이 있다고 본 것)이 현실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연방대법원은 이 판결에서 태아의 자궁밖 생존가능성(viability)이 있기 이전에는 여성의 권리가 태아의 권리에 우선한다고 하면서 생존가능성 이전의 낙태에 대해 ‘부당한 부담’을 부과하지 못하도록 했다. 생존가능성 후의 낙태는 금지할 수 있되 여성의 생명과 건강을 위해 필요한 경우에는 낙태를 허용하도록 했다.

태아의 생존가능성에 대해 의학적으로 정확한 기간은 없지만 통계적으로 24∼25주에 태어난 태아의 생존확률은 50∼70퍼센트이고, 26∼27주 사이에 태어나는 태아의 생존확률은 90퍼센트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24주 이전의 낙태는 합법적인 것이 된다. 그러나 낙태반대론자들은 생명은 임신초기에 시작되며 태아의 생존가능성은 의학적으로 확실하지 않기 때문에 모든 낙태를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근 미시시피주에서는 태아에게 사람과 동등한 권리를 부여하고 일체의 낙태와 널리 사용되는 피임(낙태 초래하는 약 처방)을 살인으로 간주하는 극단적인 주헌법 개헌안이 주민투표에 부쳐졌지만 부결됐다.

미국 연방대법원이 태아의 생존 가능성 이전에 여성의 낙태권을 태아의 잠재적 생명에 대한 권리보다 우위에 둔 이유는 임신, 출산문제와 여성의 건강, 장래에 관한 여성의 자기결정권, 여성의 자기 몸에 대한 통제권과 신체권, 사회적 경제적인 면에서 여성이 남성과 동등하게 참가할 권리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낙태 논쟁의 본질은 여성의 권리, 인권문제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윤리적, 종교적 문제가 개입돼 미국은 40년째 낙태를 둘러싸고 종교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세계인구가 70억에 도달했다. 낙태문제는 이제 개인과 한 가족, 국가의 문제가 아니라 지구온난화, 자원고갈 등과 더불어 인구조절과 관련된 지구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배금자(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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