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궁의 사계] 음나무 가시 삼엄하구나 기사의 사진

영남 사람들이 마음 놓고 부를 수 있는 나무가 있다. 해동목(海桐木). 우리말로 음나무 혹은 엄나무로 불린다. 대대로 전승된 이름이다 보니 둘을 혼용하는데, 국가식물표준목록에는 음나무로 올라있다. 새순이 두릅만큼 맛있다. 쌉쌀 달콤하고 부드러워 사람 짐승 다 좋아한다. 음나무를 개두릅나무로도 부르는 이유다.

엄나무의 특징은 가시다. 껍질에도, 줄기에도 온통 험상궂은 가시가 돋아 있다. 모든 식물에서 가시는 호신장비다. 새순을 노리는 손이 많아 가시로 방어막을 친다. 가시는 녹음 짙은 여름에는 보이지 않다가 잎이 다 떨어진 겨울에 선명하다. 창덕궁 연경당 입구에 있는 아름드리 엄나무를 보면 뾰족뾰족 가시 천지다.

그렇게 삼엄하던 가시도 세월 따라 달라진다. 어릴 때 촘촘하게 달린 것이 줄기와 키가 커지면서 차츰 평탄해지는 것이다. 가시의 출발이 껍질이었음을 보여준다. 사람도 나이 들면 날카롭게 각을 세우지 말고 원만히 살라는 가르침 같기도 하다.

손수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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