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종 칼럼] 혁명을 부르는 정치 기사의 사진

“올 것이 왔다.” 우리는 50년의 터울을 두고 두 대통령으로부터 똑같은 말을 들었다. 1961년 5월 16일 윤보선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박정희의 쿠데타 군을 맞아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2011년 9월 8일 이명박 대통령도 ‘국민과의 대화’ 방송 프로에서 안철수 신드롬에 대해 그 말을 되풀이했다. 윤 대통령의 말에 대해서는 “쿠데타를 환영한다는 뜻이냐”는 논란이 있었다. 이 대통령의 말에 대해서는 “남의 말 하듯 한다”는 시비가 따라붙었다. 그러한 논란이나 시비와는 관계없이 두 대통령 모두 기존 정치에 대한 개탄의 뜻이 담겨 있음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무혈혁명 꿈꾸는 2040세대

민주당 신·구파 간 정쟁으로 정국이 어지러웠던 50년 전엔 군인들이 무력으로 판을 쓸었다. 여야의 정치력과 국가경영능력 부재로 민심이 떠난 지금은 2040세대들이 구체제를 청산하고 신질서를 수립하기 위한 무혈혁명을 경고하고 있다. 아무래도 2040세대의 판단이 날카롭고 정확한 것 같다. 여야 할 것 없이 기존 정당들에 대한 기대를 빨리 접은 그들이 현명하다는 생각인 것이다. 아마추어보다는 프로가 낫지 않겠느냐며 기성 정치인들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던 기자가 어리석었던 듯싶다.

도대체 한·미 FTA 문제에 온 나라가 매달린 게 몇 달째인가. 민주당은, 여권이 한 가지 요구를 들어주면 또 다른 조건을 내거는 식으로, 자기 정권 때 타결한 FTA의 비준안 처리를 저지하고 있다. 밖에 내세우는 이유들은 명분일 뿐이고 그 배경에 야권연대 문제가 더 크게 자리하고 있음은 다 아는 사실이다. 한나라당 또한 민주당의 마크에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질질 끌려다니는 모양새다. 정권의 레임덕과 함께 한나라당도 집권당으로서의 제 기능을 상실한 느낌이다.

국민은 스마트 시대에 살고 있는데 정치는 아날로그 시대에 머물러 있다는 이 대통령의 지적처럼 여야는 그 후진성으로 지난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통해 집권당으로서, 또는 수권야당으로서 각기 불신임을 받은 처지다. 집권당이 평지돌출한 시민단체 후보에게 참패한 선거 결과를 놓고 패닉 상태에 빠진 것이 그렇고, 민주당은 아예 후보조차 못 내 불임정당으로 낙인찍힌 게 그렇다. 그렇게 죽을 만큼 얻어맞았으면 환골탈태하여 국민에게 다가서도 살 수 있을까말까 할 판에 정치력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고 국민의 생활 같은 건 안중에도 없이 짜증나는 싸움만 하고 있으니 지금의 정치, 아무래도 치유불능이다.

5% 안팎이던 무소속 박원순 후보의 지지율이 2040세대의 전폭적 지지로 하루아침에 50% 안팎으로 뛰어 강력한 여당 후보를 물리치고 서울시장에 당선된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대통령 출마는 고사하고 정치를 할 것인지 여부도 밝히지 않고 있는 안철수 교수가 예상 대권 주자 중 최고의 지지율을 얻고 있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무능한 기성 정치권이 그들을 2040세대의 영웅으로, 희망의 상징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안철수, 새로운 깃발 들 것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내년에는 전혀 새로운 정치판이 짜일 게 분명하다. 현재의 집권당이 국가를 경영할 능력이 없고, 제1야당 역시 수권 역량이 없는 게 확실하다면 나라를 맡길 대안을 찾는 수밖에 없다. 국민의 고통을 해소하고 눈물을 닦아주기는커녕 고통과 스트레스만 더해주는 정치 세력에게 더 이상 의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 대안으로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은 당연히 안철수 교수다. 그가 과연 대통령이 되겠다는 권력의지와 한 나라를 경영할 만한 능력이 있는지 등은 아직 알 수 없다. 그래서 그가 혹 대통령에 뜻이 있다면 혹독한 검증을 거쳐야 할 것이고 그 과정에서 상처를 입고 낙마할 수도 있다. 그러한 그가 만일 많은 사람들의 예상대로 정치판에 뛰어든다면 그는 분명 불신이 극에 달한 기존 정치 세력을 업기보다는 새로운 깃발을 들고 독자적인 세력을 형성할 것이다. 그리고 그리 할 경우 일단은 정치권에 빅뱅을 불러올 것이다.

안철수 신드롬은, 그가 정치를 하든 안 하든, 많은 국민이 기성 정치에 실망하여 새로운 질서로의 진입을 원하고 있다는 점을 일깨워주고 정치권에 충격을 주었다는 점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백화종 부사장 wjbae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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