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기 칼럼] 하우스 푸어 해법은 세금에 있다 기사의 사진

“가계빚이 900조원에 이르는 현실에서 대출규제를 완화하기는 매우 위험하고…”

올해 4·27 재보선에서 성남 분당을 국회의원 지역구를 민주당에 내준 한나라당은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도 무소속 박원순 후보에게 참패하고 난 뒤에야 20∼40대 유권자들의 투표 성향에 담긴 불만을 절감했다. 젊은층 성향이 야당이나 무소속에 쏠리는 것은 예상했던 결과이지만 그 정도가 훨씬 심각했고 40대 유권자들이 반(反)한나라당으로 돌아서 결정타를 먹였다. 이대로 가다가는 내년 총선도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서 참패를 면키 어렵다는 인식이 한나라당 내에 확산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텃밭이나 다름없던 분당이 야당에 넘어가고 보수적 색채가 강한 서울 강남 3구에서도 지지세가 둔화된 배경을 놓고 여러 관점에서 분석해 왔다. 좌파성향의 정책을 무분별하게 수용해 정체성을 잃었다는 주장부터, 소통 부재가 민심 이반을 초래했다는 반성, 청와대 인사의 편협성과 친기업 정책으로 ‘부자 정당’ 이미지가 굳어져 20∼40대 유권자들의 지지를 끌어내는 데 실패했다는 지적까지 다양한 진단이 나왔다. 특히 40대 유권자가 등을 돌리게 만든 현실적 요인으로 이명박 정부 들어 거래가 극도로 위축된 주택시장을 꼽는 의견이 많았다.

수도권을 돌아본 한나라당 관계자들은 강남과 분당 등 한동안 잘 나가던 중산층 거주지에서 아파트를 구입한 40대 가장들이 겪는 경제적 어려움과 불만이 날로 커지고 있다고 전한다. 경제난으로 장래가 불안해진 40대들이 노후와 자녀 분가 등에 대비, 미래에 투자한다는 심정으로 무리해서라도 아파트를 늘려 이사했는데 집값은 갈수록 떨어지고 매기도 끊겨 대출이자 부담만 쌓인다는 것. 40대가 이른바 하우스 푸어(House Poor)의 덫에 걸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에 빠졌으니 정부와 여당은 성토 대상이 될 수밖에.

부동산, 특히 주택시장에 대한 지나친 규제와 세금 공세가 경제운용에 부담으로 작용해 정부·여당에 화근 덩어리로 돌아올 것이라는 우려는 현 정부 출범 초기부터 제기됐다.

노무현 정부 때 폭등한 아파트 가격을 잡겠다며 각종 규제에 세금 폭탄을 퍼부었고 이명박 정부 들어서도 총부채상환비율(DTI)과 담보대출인정비율(LTV) 등 금융규제가 이어져 시장은 날로 위축됐다. 리먼브러더스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가 엄습하자 규제와 세금을 완화해 주택시장을 살려야 한다는 요구가 업계를 중심으로 확산됐으나 정부와 여당은 이를 간과했다. 어쩌면 사태의 심각성을 알면서도 야권의 ‘부자 감세’ 공세에 눌려 부동산 세금을 내리는 데 주저했는지도 모른다.

가계빚이 900조원에 육박하는 현실에서 DTI와 LTV 등 금융규제를 섣불리 완화하기는 어렵다. 빚이 늘어 가계와 금융권 부실로 확산되면 사태는 감당하기 어려운 지경에 빠지게 된다. 위험부담을 줄이려면 가급적 시중 부동자금을 주택시장에 끌어들여 우선 거래가 살아나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급전이 필요한 사람은 집을 팔아서라도 빚을 갚고 앞뒤가 꽉 막힌 하우스 푸어의 절망감에서 헤어날 수 있다.

정부도 이런 사정을 감안해 24일 열리는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부동산회생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라고 한다. 하지만 저소득층 대출기준을 완화하는 등의 제한된 대책만으로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을 회생시키기는 난망이다. 민간부문에서 돈이 제대로 돌도록 만들려면 양도소득세를 경감하고 종합부동산세를 재검토하는 과감한 세제개편이 요구된다.

투기가 우려된다는 이유로 세금 완화대상에서 강남 등 특정지역을 배제하는 면피성 조치는 걸림돌이 될 뿐이다. 돈 될 만한 지역에서 거래 숨통이 틔어야 다른 지역으로 파급을 기대할 수 있다. 지금은 투기를 걱정할 때가 아니라 우선 거래가 끊긴 주택시장의 기능을 살려놓고 봐야 한다. 그래야 자금이 돌아 하우스 푸어의 덫에서 헤어나고 자영업자들도 한숨을 돌리게 된다. 그 해법은 세금에 있다.

편집인 kimsong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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