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궁의 사계] 얄미운 겨우살이 기사의 사진

종묘의 참나무 속 겨우살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다른 나무에 얹혀 사는 행태가 남의 둥지에 알을 낳는 뻐꾸기처럼 얄밉다. 이름은 겨우겨우 살아간다고 해서, 또는 겨울에도 푸른 모양을 지닌다 해서 붙여졌다는 데, 학자들은 겨우살이의 한자가 ‘동청(凍靑)’이라는 사실에 미루어 후자 쪽에 기운다.

겨우살이는 지독하다. 새들이 겨우살이의 열매를 먹고 다른 나무에 날아가 배설을 하면 이 때부터 집요한 생명력을 보여준다. 어미나무의 껍질을 뚫고 살을 파고들어가 기어코 영양소에 빨대를 꽂는 그 뻔뻔함! 모양은 새의 둥지같이 둥글지만 그 자체로 독립적 생명체인 ‘나무 위의 나무’다.

다만 어미나무는 이놈을 먹여 살리느라 힘든 나날을 보낸다. 자람이 느리고 비실비실한다. 동백나무에 겨우살이가 앉으면 3∼5년 뒤에 말라죽는다. 의약계에서는 항암효과가 뛰어난 ‘황금가지’로 받들지만 숲의 세계에서는 암적 존재나 다름없다.

손수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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