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내셔널’이라는 제목의 외국 영화가 있습니다. 대형 은행이 무기 판매에 개입하는 줄거리인데 인상적인 대사가 있었습니다. 왜 수익도 나지 않는데 개입하느냐는 질문에 은행 담당자는 “부채를 통해 지배를 하기 위해서”라고 답합니다. 당장 수익이 되지 않아도 더 큰 이익을 위해 부채를 지운다는 뜻이겠지요.

이런 이야기는 실제로도 있었다고 합니다. 1차 세계대전 때 미국 대형 은행이 영국과 프랑스 정부에 부채를 제공하여 결국 종전 후 큰 수익을 올렸다고 합니다. 부채로 지배한다는 것에는 검은 그림자가 있어 보이지만 인간관계에서는 그렇지도 않습니다.

작년 연봉 협상 때 이대호 선수는 7억원을 요구했습니다. 구단은 6억3000만원을 제시했습니다. 협상이 결렬돼 조정신청을 했고 어쩌면 당연히 구단이 승리했습니다.

지난해 이 선수는 사상 초유의 타격 7관왕을 달성하였기에 조정신청에 간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든 일이었습니다. 20억원 정도를 요구했다면 몰라도 차액은 7000만원에 불과했기 때문입니다. 역대 최고의 성적을 올린 선수에게 그 정도 차액을 주지 못한다면 이유는 두 가지 중 하나이지 않았을까요.

즉 롯데가 꽤 궁핍했거나 알 수 없는 내규를 적용했던 것이겠지요. 그런데 올해 자유계약선수가 된 다음의 과정을 보니 궁핍했던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4년에 100억원을 제시했다니까요. 1년 만에 재정 상태가 놀랄 만큼 변한 것은 아닐 테니 돈 문제는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롯데의 연봉 협상이나 자유계약선수 협상의 내규가 궁금해집니다. 그런데 그것이 무엇이든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으려면 상대방이 마음의 빚이 있다고 느끼게 해야 합니다. 즉 ‘아, 이번에는 내가 빚을 졌구나, 고맙다’는 생각이 들어야 한다는 겁니다. 그런 마음의 빚이 없다면, 아니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굴욕을 느꼈다면 입장이 바뀌었을 때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는 예측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이번에 자유계약선수가 된 이택근, 송신영, 임경완 선수는 새로운 팀으로 옮겼는데 하나같이 구단에서 정성을 보였다고 합니다. 우선 협상 시한이 지나자마자 1분 후 전화해 영입 의사를 밝힌 경우도 있었다고 하는군요. 물론 이런 경우 계약 조건도 좋았습니다.

그러면 다음에 협상의 기회가 생겼을 때 선수가 마음의 빚을 덜려고 하겠지요. 돈보다는 자신의 가치를 알아주고 존중해주는 팀을 위해 온힘을 다하려고 하는 게 사람의 마음 아닌가 합니다. 마음의 빚을 주고받으면서 살아가는 것이 비단 야구뿐이겠습니까. 이대호 선수, 어느 팀에 가든 한국을 대표하는 멋진 타자로 계속 남아주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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