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하고 돈 되는 날씨 산업, 내일도 맑겠습니다 기사의 사진

날씨를 파는 사람들 그 두가지 이야기

우산장수, 소금장수를 아들로 둔 어머니는 해가 쨍쨍한 날이나 비가 오는 날이나 하늘을 바라보며 걱정만 했더랬다. 하지만 궂은 날이나, 갠 날이나 하늘을 바라보며 날씨에 상관없이 새롭고 돈 되는 정보를 만들 궁리만 하는 이들도 있다.

날씨는 전통적으로 국가, 기상청의 소관분야였다. 하지만 기상산업진흥법이 2009년 12월부터 시행되면서 민간업체들도 기상산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이들은 신개념 예보를 선보이기도 하고, 날씨를 기업경영에 적극적으로 접목시키기도 한다. 하늘은 언제나 우리 머리 위에 있지만, 날씨가 산업화된 시대의 풍경은 예전과는 꽤 다르다.

일기예보는 소통이다

비가 갠 19일 오후 서울 대현동 이화여대 삼성교육문화관. 17명의 재원들이 한 명씩 무대에 올라 발랄하게 자기소개를 하고 능숙한 진행 실력을 뽐낸다. 중국어와 일본어 등 각종 외국어 실력을 증명했고 춤과 피아노 연주 등 자신만의 끼도 선보인다. 일본에 본사를 둔 글로벌 민간기상업체 웨더뉴스가 진행한 ‘소라이브 캐스터’ 선발 오디션 현장 모습이다.

이날 무대에 오른 후보들은 전체 지원자 300명 중 서류심사를 통과한 이들이다. 오디션을 통해 7명으로 압축됐고 인터넷 투표를 통해 최종 1명이 선발되니 전체 경쟁률은 300대 1이다. 소라이브 캐스터의 전신인 ‘웨더자키’가 기상캐스터 사관학교로 불릴 정도로 지상파 뉴스 기상캐스터를 많이 배출한 덕분에 이토록 경쟁률이 높다.

소라이브는 ‘소라(空·일본어로 하늘)’와 ‘라이브(Live)’를 합친 말로 웨더뉴스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1시간씩 인터넷으로 송출하고 있는 기상방송이다. 캐스터는 이 방송을 진행한다.

집중호우나 갑작스런 폭설, 태풍 상황이라면 몇 시간씩 날씨 방송을 할 수 있겠지만,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크게 달라질 것 없는 통상적인 날씨만으로 매일 1시간씩 방송할 수 있을까? 1분이면 내일의 날씨를 알려주기에 충분할 텐데 1시간 동안 날씨 예보를 참고 봐줄 시청자들이 있을까? 놀랍게도 방송을 보고 있으면 1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캐스터가 그날의 날씨를 정리해주고 다음날 날씨를 알려주는 점은 똑같다. 하지만 일방적 정보전달인 기존 날씨뉴스와 달리 소통에 중점을 두고 있다. ‘서포터’라고 부르는 시청자들이 자기 동네의 날씨 상황을 채팅창을 통해 알려준다. 또 그날의 하늘 사진을 찍고선 트위터에 올려 공유한다. 캐스터는 하늘 사진과 채팅창을 보며 편하게 이야기를 풀어간다. 캐스터 채령씨는 “친근하게, 친구와 편안하게 수다 떨듯 진행한다”고 말했다.

날씨에 맞는 패션코드를 알려주고 기온, 습도와 어울리는 음식을 추천하는 등 날씨와 연관된 모든 이야기가 수다꺼리가 된다. ‘겨울에는 왜 손이 트나?’ ‘겨울철 식물 관리법?’ 같은 실생활에 유용한 정보도 제공한다. 평범한 날씨 얘기만 늘어놓는데 이야기가 도무지 끊이질 않는다. 수다와 정보전달이 적절하게 버무려진 ‘날씨 쇼’인 것이다. 캐스터 배수연씨는 “지상파 뉴스에선 정해진 시간이 있어 압축의 압축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여기에선 충분히 충실하게 알려줄 수 있다”고 했다. 국내에선 1시간 방송이지만 일본에선 24시간 방송을 하고 있으며, 캐스터가 진행하는 생방송 시간은 18시간에 달한다.

소통은 웨더뉴스의 예보를 만드는 핵심 과정이기도 하다. 웨더뉴스의 이시바시 토모히로 사장은 “일기예보는 특정한 몇몇 사람이 만드는 게 아니라 모두가 상호작용하면서 만드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실제로 웨더뉴스는 장비를 활용한 관측에 인간의 오감을 활용한 이른바 ‘감측(感測)’을 더해 예보를 만들고 있다. 초기단계인 국내에선 감측 정보를 보내주는 일반인이 100여명 정도에 불과하지만, 일본에선 30만∼40만명에 달한다. ‘우리 동네에는 해가 비치지만 바람이 세게 불어 추워요’ 등의 감측 정보와 객관적 관측 수치가 합쳐져 최적의 날씨 정보를 생산할 수 있다.

소라이브는 일반인들이 날씨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모이는 장이며, 캐스터는 소통의 허브다. ‘우리의 정보’를 공유하며 만들어가는 새로운 예보방식, 더 정확한 예보가 기대되는가?

날씨예측은 기업 경쟁력 높일 핵심 요소

우리가 오늘 보는 홈쇼핑 방송은 대개 2주일 전에 기획, 편성된 것이다. 즉 홈쇼핑 업체는 2주 뒤를 내다보고 잘 팔릴 물건을 확보해둬야 한다. 만약 2주 뒤 날씨가 추워질 것이라는 점을 알 수만 있다면, 두꺼운 겨울옷과 따뜻한 국물음식, 온풍기와 전기장판 등을 미리 확보해 매출을 늘릴 수 있을 것이다.

겨울철 날씨가 포근하면 도시가스 소비량은 줄고 반대 상황이라면 늘어난다. 문제는 가스의 특성상 그때그때 물량을 구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갑자기 추워져 물량이 부족해지면 초단기 스팟 물량을 구입해야 하는데 이는 당연히 중기, 장기 계약 물량보다 비싸다. 그렇다고 가격이 싼 중장기 물량을 무작정 많이 사뒀는데 날이 따뜻하면 재고 관리비용만 늘어난다. 날씨와 수급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도시가스업체 경영의 핵심 과제다.

이런 고민해결을 도와주는 이들이 있으니 바로 기상경영컨설턴트다. 이들은 여느 컨설턴트처럼 분석보고서도 쓰고 솔루션도 제공한다. 다만 날씨, 기상요소를 최우선에 놓고 분석한다는 점이 다르다. 기업 경영에서 기상 요인을 고려해야 한다는 이야기들은 10년 전부터 나왔지만 국내에선 2009년에서야 제대로 된 컨설팅이 시작됐다. 국내 민간기상업체 케이웨더에서 기상컨설턴트를 총괄하는 김종국 부장은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기업 최고경영자들이 ‘온 천지가 날씨정보인데 왜 돈 주고 그런 정보를 얻느냐’고 했다. 하지만 4월에 폭설이 몰아치고 여름에 비가 엄청 내리는 등의 기상 이변이 발생하면서 기상정보를 잘 활용하면 이상기후로 인한 피해를 막을 수 있다는 인식이 생겨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한발 더 나아가 기상 정보를 잘 활용하면 경영성과도 높일 수 있다. 4월에도 춥다는 것을 안다면, 경쟁 업체들이 “4월이니 봄옷 팔자”고 할 때 두꺼운 옷을 팔아 이익을 챙길 수 있다. 우리나라는 매장 수를 급격히 늘려가는 양적 성장단계를 지나 상대 고객을 우리 매장으로 끌어와야 하는 질적 단계로 접어들었는데, 이 시점에서 날씨 정보는 유용한 경쟁 무기가 된다. 김 부장은 “날씨 요인을 고려할 경우 매출이 약 20%까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기상청도 기상정보를 제공하고 있는데, 굳이 돈 들여 기상컨설팅을 이용해야 하는가? 이 회사의 기상컨설턴트 최창희 차장은 “지역과 시간, 필요한 요소까지 입맛에 딱 맞춰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가장 큰 차이”라고 설명했다. “기상청은 대국민 서비스이기 때문에 특정 업체의 요구에 초점을 맞출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 스키장은 산골짜기에 있는데 기상청은 스키장이 속한 군 단위 예보만 해줘요. 그럼 고도차이가 있는 스키장 날씨와는 차이가 생기죠.”

기상컨설팅의 가장 큰 문제는 틀릴 수 있다는 점이다. 예측의 세계에 ‘100% 확실한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 리스크를 줄일 수 있도록 기상 시장에도 파생상품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김 부장은 “사전에 위험을 예측하는 것이 컨설팅이라면 사후에 발생하는 위기를 관리하는 것이 보험 등 파생상품인데 국내엔 아직 이 부분이 없다”며 “이들 상품이 나오면 예측 시장도 좀 더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삼국지의 제갈공명은 하늘을 바라보고 동남풍이 불 것을 미리 알아 적을 무찔렀다. 21세기 기업간 치열한 전쟁이 펼쳐지는 시대에서도 동남풍을 읽어내고 활용하는 능력이 승리를 가져다줄까? 기업 경쟁을 바라보는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하나 더 늘었다.

김도훈 기자 kinch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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