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포럼-현길언] 서울시장 박원순의 과제 기사의 사진

“오해와 편견의 눈으로 바라보는 이들과 소통하는 일꾼이 돼야 한다”

시민운동가 박원순 변호사가 서울시장이 되면서 서울 시정이 달라지고 있다. 권위적인 시장이 아니라 ‘서울시민을 위해 일하는 일꾼’으로서 시장 노릇을 하겠다는 것이 눈으로 들어온다. 시장 취임식부터 파격적이었다. 취임식 실황을 편집한 TV보도를 보면서 인상적인 장면이 있었다. 국민의례 의식에서 화면을 가득 채워 애국가를 열창하는 박 시장 모습이다.

그때 문득 떠오르는 또 다른 그림이 있었다. 서울시장 선거전에 돌입해서 여당 후보와 토론을 벌이는 자리에서, 여당 후보는 “박 후보가 시장으로 당선되면 각종 공식행사 국민의례 때에 국기에 대한 경례와 애국가를 부르겠느냐”고 물었다. 박 후보는 약간 시니컬한 표정으로 ‘말도 안 되는 질문’이라는 듯이 당연히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했다.

박 시장은 취임 후에 초대 대통령 이승만과 유신정치를 편 박정희 대통령의 묘소는 참배하지 않고 오직 김대중 대통령 묘소만을 참배했다고 한다. 독재 타도를 위해 싸웠던 인권변호사 박원순으로서는 극히 자연스러운 일일 수도 있다. 그런데 서울시장이라는 공인으로서 참배했다면, 그 참배 광경을 서울시민들이 보고 있으니, 그중에는 박원순을 지지하지 않는 45%의 시민들도 있음을 고려했다면, 박 시장의 처신은 너무 고집스럽지 않았나 아쉬움이 남는다.

박 시장은 우리 사회에서 소외받았던 사람들을 위해 시정을 펴겠다고 공약했듯이 그러한 방향으로 일을 시작하고 있다. 시장이라는 막강한 힘과 엄청난 재정, 그것을 집행하는 권한은 대단하다. 이제 그 권한과 돈을 서울시민을 위해, 특히 어려운 환경에서 살아가는 시민의 살림살이를 위해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러기 위해서 우선 그들과의 소통이 필요하다. 그렇게 생각하고 일을 감당한다면, 지금까지 더 큰 권력으로 향해 가는 중간단계로서 서울시장직이 아니라, ‘권력의 선한 행사자’가 될 것이고, 이를 계기로 한국의 관료 문화가 대변혁의 도화선이 될 수도 있다.

그런데 이제 그러한 일과 함께 더 관심을 두어야 할 일이 있다. 박 시장이 관심을 주지 않아도 우리 사회에서 어려움 없이 살아갈 소위 ‘가진 자’들, 투표할 때에 지지해 주지 않았던 그 시민들에 대해서 더 관심을 갖고 배려하는 소통이 절실하다.

애국가 열창하는 모습을 일부러 확대해 보여준 방송사의 편집 의도나, 여당 후보의 그 ‘질문도 안 되는 질문’이 의미하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 사회에는 박 시장에 대해 ‘말도 안 되는 오해와 편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이들에 대해서 ‘보수 꼴통’이니 ‘낡은 시대의 유산을 부둥켜안고 살아가는 퇴출돼야 할 대상’이라니 등등으로 구실을 붙여 외면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들도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이다. 그들은 자신의 사고가 매우 건전하며, 자기네와 다른 생각을 가진 세력에 대해서 ‘위험하다’고 경계한다. 그래서 박 시장이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이제 그 오해와 편견의 눈으로 바라보는 사람들과의 소통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돌아오는 새해에 국립묘지를 참배할 경우에는 이승만 박정희 두 전직 대통령의 묘소에 참배하기를 권하고 싶다.

지금 우리 사회에는 시급한 문제들이 많다. 그것들은 대부분 경제가 호전되면 해결될 것이다. 그런데 영원히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있다. 사회에 깊숙하게 뿌리내린 갈등이다. 남북 갈등에 더하여 남남 갈등이 더욱 깊다고 한다. 우리의 시급한 문제는 남남 갈등을 극복하는 일이다. 그런데 이 갈등을 부추기는 세력들이 대부분 정치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선량한 시민들을 자신의 세력 확장의 도구로 쓰려고 하기 때문에, 날이 갈수록 갈등과 대립의 골은 깊어지고 있다.

혁명으로도 이 갈등과 반목은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박 시장은 소외된 계층과의 소통만큼이나, 편견을 갖고 의심하는 사람들로부터 오해를 푸는 일이 시급하다. 그것이 정치가가 아닌 심부름꾼으로 서울시장의 일을 수행하는 일꾼의 모습이다.

현길언 (소설가, 본질과 현상 편집·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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