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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성 (1954~ )

김장 배추는 소금에 절고

젓국 고는 아낙은 싸락눈에 전다

서해 밀물 위에

서서 돌아오는 어부여

오늘 밤만은 먼저 잠들지 말라


김홍성 시인에게 세상은 소풍 가는 곳이다. 삶을 소풍 가는 것처럼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듯하다. 그는 오랜 날을 히말라야의 품속에서 살았다. 히말라야를 넘다가 어느 마을에서 당나귀 한 마리를 얻는다. 타고 가기도 하고 함께 걸어가기도 하면서 한 시절 나귀의 친구가 된다. 그러다 나귀를 필요로 하는 사람을 만나면 망설임 없이 주고 혼자 길을 간다. 물질보다는 정신의 순수함에 관심이 훨씬 더 많은 사람. 우리 시단에 몇 남지 않은 낭만기인(浪漫奇人)이다.

젓국 고는 아낙이 싸락눈 내리는 것을 바라보며 젖어들 때 남편인 어부는 바다에서 돌아온다. 서해란 무엇인가. 해가 지는 곳, 하나의 세상이 끝나는 곳이다. 그래서 서쪽은 구원이 있는 곳으로 일컬어진다. 2011년의 세계가 끝나간다. 김장을 하고 눈이 내리고 바다가 우는 밤이 온다. 쉽게 잠들 수 없다. 뿐더러, 오래 잠들 수 없다.

임순만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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