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종 칼럼] 신당 대망론에 부쳐 기사의 사진

저녁 TV 뉴스를 보다가 “풋”하고 웃음이 터졌다. 국회 본회의장에서 최루탄이 터지는 장면에서였다. 떨어져 있던 아들이 무슨 일인가하고 다가왔다. 상황을 지켜본 그가 “저게 웃을 일이냐”고 핀잔을 줬다. 기자도 “그러게 말이다”고 얼버무리고 넘어갔다.

기자는 그 장면에서 왜 웃음이 나왔는지 생각해봤다. 결코 웃음이 나올 만한 장면이 아닌데 말이다. 너무 의외의 상황이 기자의 정상적 사고를 마비시킨 결과였을까. 어쩌면 우리 국회, 우리 정치에 대한 절망감이 허탈한 웃음을 불러왔는지도 모르겠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언론과 국민들이 이 국회 본회장 내 최루탄 사건을 놓고 난리다. 보수 쪽은 의회민주주의를 유린한 폭거로 규정하고 해당 의원에 대해 법정 최고형으로 처벌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진보 쪽은 구국의 의거라도 되는 양 해당 의원의 동상이라도 세울 기세다.

이처럼 난리를 피우는 것 자체가 그래도 우리 국회에 대해, 우리 정치에 대해 일말이나마 기대를 버리지 않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다행스런 일이다. 포기할 수도 없고, 포기해서도 안 되는 게 국회이고 정치이니 말이다.

그런데 기자는 유감스럽게도 자꾸만 우리 국회에 대해, 우리 정치에 대해 혐오감이 커가고 나아가서는 관심이 멀어진다. 책임 있는 국민으로서 그래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우리 국회, 우리 정치에 대한 혐오감과 무관심의 증대가 비단 기자에게만 국한된 현상일까. 아마 많은 국민들 사이에 만연된 현상이고, 이번 최루탄 사건으로 그게 더 넓고 깊게 자리 잡았을 것 같다.

적지 않은 전문가들이 일시적 돌풍으로 끝날 것으로 예측했던 안철수 신드롬이 시들기는커녕 시간이 갈수록 더 심화되는 게 이를 뒷받침한다. 다음 대선 때까지 계속될 줄 알았던 박근혜 대세론이 안철수 대세론으로 자리바꿈하려는 기미마저 보인다. 지금의 정치는 가망이 없으니 판을 쓸고 새 판을 짜자는 국민의 뜻이 반영된 현상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 정치에 몸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은 새 정치를 위한 불쏘시개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새 정치를 위한 분위기는 조성됐고, 그래서 새 정치를 주도할 새로운 정치세력에 대한 기대도 한껏 부풀어 있다. 그러나 아직 새로운 정치세력의 구체적인 모습은 보이지 않고 있다. 박세일 선진화재단 이사장을 중심으로 한 대(大)중도신당이 창당의 깃발을 들었으나 국민들의 큰 관심을 끌고 있지 못한 것 같다. 예상 대선 후보 중 지지율 선두를 달리고 있는 안철수 교수가 신당의 깃발을 들 경우 정치권에 한 차례 빅뱅이 일어날 것은 틀림없다. 하지만 당사자는 정치를 할 것인지 여부에 대해 침묵함으로써 궁금증만 증폭시키고 있다. 그 대신 안 교수의 멘토로 알려진 법륜 평화재단 이사장이 현 정치 상황을 비판하면서 “새로운 정당이 나와야 한다. 대중적 기반으로 봤을 때 안 교수가 결심하면 신당 창당이 가능할 것”이라는 요지로 안철수 신당 가능성에 대해 변죽만 울리고 있다.

안 교수, 주변 관리 잘 해야

정치권에서는 그 성공 여부와 관계없이 안철수 신당 출현을 기정사실로 보고 있다. 그래서 그에 따른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으며, 그 일환으로 안 교수에 대한 비판적 검증이 곧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검증은 특히 보수 세력으로부터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안 교수가 그 혹독한 검증의 관문을 통과할 수 있을지, 특히 권력 의지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그가 이를 감내하려고 할지 의문이다.

만일 안 교수가 정치적 야망을 갖고 있다면, 사람을 키우지는 못해도 흠집내는 데는 최고의 노하우를 갖고 있는 우리의 풍토도 극복해야겠지만 이른바 그의 멘토라는 사람들의 관리에도 철저를 기해야 할 것 같다. 그들은 특히 정치 아마추어라는 점에서 자칫 조그만 실언으로 안 교수에게 상처를 입힐 수도 있기 때문이다. 법륜 이사장이 한 강연에서 “여자가 대통령이 되는 것만 중요한 게 아니다. 아이를 잘 키우는 것만큼 중요한 일이 없다”고 말했다. 이것도 본의와는 관계없이 박근혜 전 대표와 연관 지어 오해를 불러올 수 있는 경우다.

부사장 wjbae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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