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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본 옛 그림] (98) 맛있는 들놀이의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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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설이 솔잎에 희끗하다. 돗자리 위에 둘러앉은 남녀들이 회식을 벌인다. 가운데 놓인 화로 위에 토막 낸 쇠고기 예닐곱 점이 지글지글 익어간다. 접시에 갖은 야채들이 담겨있고 개다리소반에 크고 작은 그릇들이 올려졌다. 국자를 걸친 탕기에 따스운 국물이 들었다. 주식과 찬거리를 볼진대 저 정도면 고급 레스토랑의 코스요리가 부럽잖다.

한마디로 포실하기 짝이 없는 놀음이다. 군침이 절로 나오는 들판 회식을 주선한 이들은 보통내기가 아니다. 젊어서 한 벼슬은 꿰찬 듯하다. 곱게 차려입은 기생 둘이 시중을 들고 있잖은가. 왼편 두건을 쓰고 남바위 차림을 한 사내들은 털방석을 깔고 앉았는데, 젓가락으로 고기를 집어 입안에 넣는다. 탕건을 쓰고 쾌자를 걸친 사내는 나잇살 들어 보이고, 기생이 건네는 고기를 천연덕스레 받아먹는다. 그는 방석을 여자에게 양보했다.

맞은편 너울 쓴 기생은 조신한 앉음새다. 사내보다 먼저 젓가락질하기가 미안한지 순서를 기다린다. 곁에 엉덩이를 들고 볼썽사납게 쪼그린 갓쟁이는 이리저리 고기를 뒤집으며 익기를 재촉한다. 신발도 벗지 않고 자리에 끼어든 맨 오른쪽 사내는 누굴까. 뒤늦게 온 모양이다. 돌아올 고기점이 남았는지 얼쩡거리는 꼴이 체통과 안 어울린다.

야외로 나가면 불판부터 올리는 습성은 이 그림으로 보건대 뿌리가 깊다. 프랑스 기메미술관이 소장한 김홍도의 8폭 병풍에도 이 작품과 똑 같은 장면이 들어있다. 도살금지령까지 내려진 시대인데 양반네들은 아랫것 눈치 살피지 않고 입치레에 호사를 부린다. 하기야 좋은 날, 좋은 곳, 좋은 사람 있는데 좋이 노는 무리를 좋잖게 보는 것도 심통이려니.

손철주(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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