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궁의 사계] 겨울새의 식도락 기사의 사진

사람이나 짐승이나 생물의 본업은 먹이를 구하는 일이다. 궁궐의 새들도 일용할 양식을 얻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한다. 봄과 여름에는 지렁이와 벌레들을 잡아먹고 가을에는 나무의 열매를, 겨울에는 낙엽을 헤쳐 먹이를 찾거나 잔디밭에서 풀씨를 먹는다. 나무줄기의 수액을 빨아 먹는 놈, 쌓인 눈을 헤집는 새도 있다.

새들은 먹이를 얻기 위해 지능도 동원한다. 오색딱따구리는 살구씨를 구해다 나무 틈새에 고정시킨 뒤 그것을 부리로 깨뜨려 속을 파먹는다. 까치는 솔방울을, 어치는 도토리를 저장해 놓기도 한다. 새끼에게 먹이기 위해서다. 동물에게도 잉여의 세계가 있으니 자본주의 욕망이 잠재한다는 이야기다.

지금 청딱따구리가 말채나무의 검은 열매를 신나게 먹고 있다. 가을의 성찬이다. 가지의 생김새가 말의 채찍과 같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말채나무는 육질 속에 단단한 열매가 들어있어 새들이 몰린다. 팥배나무, 황벽나무 열매도 새들이 선호하는 겨울 먹이다.

손수호 논설위원 shsh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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