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 탁석산의 스포츠 이야기] 김연아는 왜 대회에 안 나오지? 기사의 사진

일본 소프트뱅크와 결승전에 등장한 오승환은 어깨에 힘이 들어가 보였습니다. 5대 1로 앞선 8회 말 무사 1, 2루에 등판하였는데 ‘끝판 대장’이라는 명성에 걸맞은 투구를 일본 팀에게 선보이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연속해서 두 개의 볼이 스트라이크 존을 빠져나갔는데 긴장한 모습이었습니다. 어깨에 힘이 들어가니 제구가 흔들려 3안타를 허용하고 말았지요.

물론 위기를 넘기고 9회에는 평상시의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런데 8회 소프트뱅크의 3번 타자 우치가와를 상대하는 모습이 흥미로웠습니다. 우치가와는 올해 퍼시픽리그 타격 1위에 오른 선수로 이적 전에는 요코하마에서 센트럴리그 타격 1위에도 오른 적이 있는 강타자였기에 한국 최고의 마무리 투수와 일본 최고의 교타자 간 대결인 셈이었습니다.

그런데 우치가와의 승리로 끝났습니다. 그는 오승환의 가운데로 몰린 볼을 짧게 끊어 쳤습니다. 그리고 1루에 나가 기뻐하더군요.

삼성이 처음으로 아시아 시리즈를 제패한 것에 축하를 보냅니다. 그런데 이 시리즈에서 일본을 이긴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몇 년 전에 SK는 일본에 이기고도 대만에 패해 우승을 놓친 적이 있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일본에 대한 분석과 대비는 철저해서 승리를 거뒀으나 대만에 대한 준비는 상대적으로 덜한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조금은 얕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대만전에도 준비가 상당했던 인상입니다. 일본은 이번 패배로 조금은 충격을 받았을 겁니다. 비록 주전 투수들이 빠졌다 해도 한국에 진다는 것을 예상하지는 않았을 테니까요. 그래도 일본을 즐겁게 해준 소식들도 있었습니다.

11월 초에는 스위스 바젤에서 열린 남자테니스투어(ATP)에서 니시코리 게이(22)가 세계 랭킹 1위이자 올해 거의 패배를 몰랐던 노박 조코비치를 준결승에서 꺾었습니다. 그것도 역전승으로. 일본은 열광했지요. 그리고 11월 말에는 아사다 마오가 여자 스케이팅 그랑프리 시리즈에서 우승했습니다. 3년만의 우승이라고 하는데 굴곡을 겪으면서도 꾸준히 스케이팅에 정진하는 모습이 보기 좋군요.

어느 나라나 자국 위주로 성과를 보도하기 마련입니다. 자국 선수가 잘 한 것은 아주 크게 쓰고 라이벌 나라의 성과는 조그맣게 쓰지요. 하지만 지금은 그런 시대가 아닙니다. 미디어에서 그렇게 한다고 해도 관심 있는 사람은 다 알 수 있는 세상입니다. 조그맣게 다뤄진 소식일수록 전파력과 영향력이 커집니다. 즉 대중 미디어 뒤에서 개인들은 생각을 한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김연아는 왜 대회에 안 나오지?” 하고 묻게 된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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