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포럼-박준서] 대학은 국력의 원천이다 기사의 사진

우리나라처럼 ‘대학 문제’에 관심이 많은 나라도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있는 날이면 전국이 긴장하고, 언론도 톱뉴스로 다룬다. ‘반값 등록금’ 문제만 해도 전국이 떠들썩하고, 정치적으로도 큰 이슈가 되고 있다.

등록금 문제는 가계경제와 직결된 것이므로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현재 진행되고 있는 대학에 관한 논의와 논쟁에서 핵심적인 문제가 간과되고 있는 것 같아 유감스럽다.

우리나라 고등학교 졸업생의 대학 진학률이 너무 높다고 야단들이다. 대학 진학률이 고교 졸업생의 80%를 웃돌아 어느 나라보다 높은 것이 사실이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대학만 가려고 하지 말고 취업하라고 독려하고 있다. 그러나 높은 대학 진학률을 정말 문제시해야 하는가.

전통적으로 교육을 많이 받은 사람이 사회적으로 우대받고, 교육이 신분상승의 가장 빠르고 확실한 길이 되는 우리 현실에서, 대학 진학의 열망을 탓할 일만은 아니다.

더구나 임금 수준에 있어서도 현격한 차이가 있다.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고졸자의 시간당 평균임금을 100으로 했을 때, 대졸자는 177에 이른다. 고졸자는 대졸자에 비해서 임금이 56%밖에 되지 않는다.

또 다른 문제가 있다. 과거에는 고등학교만 졸업해도 평생 직장생활하는 데 별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오늘날은 다르다. 모든 분야의 지식과 기술이 세분화, 전문화, 고도화되고 있다. 지식의 양도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오늘날 고등학교 교육만으로는 전문적 지식의 습득이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국민 누구나 원하는 사람은 경제적으로 큰 부담 없이 적어도 2년 정도의 전문대학 수준의 대학교육을 받게 할 수는 없을까? 국가 인적자원의 수준을 높이고, 역량을 강화시키는 일은 국가가 감당해야 할 당연하고 기본적인 책무다.

대학과 국력은 밀접한 관계가 있다. 미국의 저명한 사회학자 다니엘 벨은 이런 말을 했다. “미국이 문제는 많으나 앞으로 세계를 주도하는 우위를 유지해 나갈 것이다. 그 이유는 미국에 우수한 대학들이 많기 때문이다.” 오늘날 세계 대학 평가에서 세계 30대 대학, 100대 대학 안에는 미국의 대학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세계적 명문대학에서부터 ‘커뮤니티대학’에 이르기까지 미국 대학과 제도의 우수함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수월성을 자랑하는 미국의 대학들이 미국 국력의 버팀목이 되고 있는 것이다.

대학은 국가의 고급 인력을 배출하고,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는 교육과 연구기관이다. 고급 인적자원과 첨단 지식의 양이 국력과 직결된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 없다. 대학은 국력의 원천이다.

대학과 국력의 관계를 간파하고, 이를 국가정책에 적극 반영하는 나라가 중국이다. 중국은 1990년대 중반 야심찬 대학발전계획 ‘21세기 100대 대학 프로젝트’(211 프로젝트)를 세웠고, 98년 5월 당시 장쩌민 주석은 이보다 강도 높은 소위 ‘985 프로젝트’를 선언했다. 최소 9개 대학을 세계 최정상 대학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지금은 40개 대학으로 목표가 늘어났고, 천문학적 예산을 투입해 중국 대학은 무서운 속도로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중국의 지방대학을 둘러봐도 최근 신축된 교육시설이나 첨단 기자재들을 보면 중국의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대학교육을 위해 얼마나 큰 ‘투자’를 하고 있는지 실감할 수 있다.

우리나라 최대의 자원은 인적자원이다. 고급 인력을 배출하는 대학의 문제는 단순히 정치적 계산이나 경제적 차원에서 논할 것이 아니다. 거시적인 국익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중차대한 문제다.

우리나라 인적자원의 수준을 향상시키고 대학을 국제적으로 경쟁력 있는 대학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대한민국을 세계 선두를 달리는 나라로 만드는 최선의 길이다. 대학 교육에 대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박준서 경인여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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