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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김무정] 황혼이 아름다운 사람들

[삶의 향기-김무정] 황혼이 아름다운 사람들 기사의 사진

얼마 전 중국 옌볜을 중심으로 투먼과 훈춘 등 북한 접경지역을 다녀왔다. 강 사이로 마주한 북한은 사람들의 세세한 움직임까지 보였다. 이곳에서 국경을 넘나들며 대북지원 사업을 펼치는 해외동포들을 여럿 만났다. 국제구호단체(NGO)와 손잡고 일하는 최일선 구호전문가들이었다.

자녀와 친지가 있는 선진국의 안락한 삶을 포기하고 힘든 이 접경지역에서 활동하는 이들은 대략 20여명. 크고 작게 팀을 이룬 이들은 대부분 미국과 캐나다 등에서 은퇴한 크리스천들이었다. 해외동포들이 북한 구호에 나서게 된 것은 이들이 해외 국적자여서 쉽게 북한에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 돕는 해외동포들

미국 국적의 A씨는 70대 후반이다. 중국 H시에 장애인학교와 외국어학교를 설립했고 북한 나진과 선봉에 빵공장과 목장, 고아원을 세워 북한을 돕고 있었다. 수시로 구호물품을 트럭이나 컨테이너에 싣고 북에 직접 들어가 도움을 아끼지 않고 있다.

캐나다 국적의 B씨도 적지 않은 나이임에도 주로 북한에 머물며 교육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다. 가끔씩 가족이 있는 캐나다로 들어가 모금을 하고 이를 아낌없이 나눈다.

미국에서 오랫동안 공무원으로 지내다 대북지원 사역을 펴고 있는 C씨 역시 은퇴 후 이곳에 온 지 오래됐다. 북한을 오가며 현지에 빵공장, 비료공장을 세워 북한을 돕고 있다.

모두들 젊은이 못지않은 열정과 형제애로 심하게 덜컹거리는 트럭을 타고 북한을 오가고 있었다. 이들로부터 지난해 연평도 포격 사건으로 인해 남한의 대북지원이 거의 끊겨 일하기 힘들다는 소식도 들을 수 있었다. 이들의 헌신적인 활동을 보면서 요즘 화두인 ‘노년의 삶’을 생각해보게 됐다.

건강이 좋아져 은퇴 후 30년을 살아야 한다는데 노후자금이 부족해 어떻게 살지 걱정이라고 야단들이다. 그래서 각종 보험상품과 은퇴설계 프로그램이 앞다퉈 나오고 있다.

그런데 노년을 취미생활을 즐기고 여행도 다니는 소비적인 측면으로만 바라보면 대부분 한숨을 쉬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하나님의 은혜로 건강하게 잘 지내왔으니 이제 남은 삶을 이웃과 사회에 봉사하면서 살겠다는 마음만 가지면 노후설계는 좀 쉬워진다. 수혜자(受惠者)가 되려면 힘들지만 시혜자(施惠者)가 되면 삶이 행복해진다는 생각이다.

받는 삶보다 주는 삶이 행복

앞에 소개한 세 분 모두 노후의 편안함을 버리고 보람을 택했다. 그들은 “힘들고 어려움도 많지만 고통 받는 북한동포들에게 도움을 주니 참 기쁘다”며 “이 일을 하면서 주는 삶이 받는 삶보다 얼마나 더 행복한지 깨달았고, 건강도 더 좋아졌다”고 말했다.

이런 희생적인 봉사가 아니더라도 주변에서 나눔과 사랑을 실천하며 노후를 건강하게 살아가는 멋진 노인들이 많다. 노인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지만 자원봉사단체들은 언제나 일손이 달린다고 한다. 한 분야에서 오랫동안 일한 전문인일 경우 ‘재능기부’로 나눌 수 있는 폭이 훨씬 더 넓어진다.

성경 잠언에서도 “백발은 영화의 면류관이라 공의로운 길에서 얻으리라”고 했다. 은퇴 후를 설계하는 사람들에게 부탁하고 싶다. 잘 먹고 잘 사는 건강비법이나 재테크 연구도 좋지만 황혼을 보람 있게 보내는 방법, 선교와 봉사의 구체적인 플랜도 꼭 끼워 넣자고 말이다.

김무정 종교부장 k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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