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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삼 (1921~1984)

내용 없는 아름다움처럼

가난한 아이에게 온

서양 나라에서 온

아름다운 크리스마스 카드처럼

어린 양(羊)들의 등성이에 반짝이는

진눈깨비처럼


세 개의 연이 모두 ‘∼처럼’으로 끝났다. 시 본문만으로는 내용이 애매하다. 팁이 있기는 하다. 제목 ‘북치는 소년’을 맨 끝으로 가져오면 시가 새벽빛처럼 밝아온다. 그렇더라도 아직 명확하지는 않다. ‘반짝이는 진눈깨비처럼 북치는 소년’이라니…. 이 말에는 빈 공간이 있다. 그러나 비어 있는 그 자체로 완성이다. 어쭙잖은 설명으로 그 공간에 개입하려 해서는 안 된다.

시에서 ‘무의미’를 이야기한 사람은 김춘수(1922∼2004) 시인이다. 사물을 보는 고정관념을 해체시키고 사물 그 자체가 지닌 ‘순수’를 보려고 했었다. 그 무의미가 이 시처럼 잘 어울리는 작품도 드물다. 이제 우리는 가난하지 않고, 서양나라에서 온 크리스마스카드보다 아름다운 카드도 상점에 가득하다.

그러나 베들레헴의 별빛을 그리며 북을 두드리는 양치기 소년이 드문 세상이다. 그러니 얼마나 투명한 아름다움인가. 벌판에서 북을 치는 아이의 내용 없는 아름다움 속으로 메리 크리스마스는 오고 있다.

임순만 수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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