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곤 칼럼] 단언컨대 한나라당은… 기사의 사진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그런 사건으로 처리가 되도록 기대한다.”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가 6일 중앙선관위 및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당시) 홈페이지에 대한 디도스 공격 사건과 관련해서 한 말이라고 신문들이 보도했다. KBS 정당대표 라디오 연설에서 한 말이라고 한다. 이 말만으로는 그 뜻을 알 수가 없다. 신문을 읽다가 잠시 멈칫했던 게 그 때문이다.

집권당 지도부의 안이한 인식

혹 사건의 성격이 부풀려졌다고 말하고 싶다는 뜻이나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순간적으로 비집고 든다. “비록 국회의원 운전비서가 연루된 사건이지만 경찰에서는 더욱 엄중히 조사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연루자를 엄벌해 줄 것을 거듭 촉구한다”고 한 부분까지 읽고서야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이라는 말이 ‘사건’을 건너뛰어 ‘처리’에 이어진다는 것을 확인한다.

그렇게까지 의심할 수가 있느냐는 서운함이 들겠지만 한나라당, 그리고 홍 대표로서는 이런 느낌에 대해 항변할 입장이 아니다. 한나라당도 어이없겠으나 그 점에 관한 한 국민이 받은 충격은 훨씬 더했을 터이다. 그러니 한나라당 관계자들의 무슨 말인들 곧이곧대로 들리겠는가.

야당들이나 반 한나라당 정서를 가진 시민들은 이 무모한 비서의 ‘배후’쪽으로 눈길을 보내는 분위기다. 아마 아닐 것이다. 설마 그렇게까지 여당이 타락했을까. 어쩌면 당사자의 변명처럼 술김에 우쭐한 기분으로 반 장난삼아 일을 저질렀을지도 모른다. 일이 벌어지자 겁이 나서 멈추려 했지만 그런 기술까지는 없었다는 일전의 언론 보도를 굳이 못 믿겠다고 할 까닭은 없다.

그렇게 다 이해한다 해도 도저히 최구식 의원과 관련해 묵과 못할 부분이 있다. 도대체 어떤 자세로 정치를 해 왔기에 수행비서가 그런 엉뚱한 짓을, 그것도 장난으로 벌일 생각을 했느냐는 점이다. 혹 평소에 정치를 너무 만만하게, 마냥 장난스럽게 여기고 말하지는 않았을까?

바로 그 때문에라도 최 의원은 책임을 분명히 질 일이다. 당직(홍보본부장)을 내놓을 정도로 책임을 느꼈다면 의원직도 내놓는 게 도리다. 의원직을 내놓을 때가 아니라면서도 당직을 선뜻 내놓은 것은 여론 무마용 제스처라는 인상을 주기 십상이다. 치열한 책임의식이 있어 보이지 않는다는 뜻이다.

혹독한 자기징벌로 거듭나야

홍 대표의 자세는 더 이해가 안 된다. “당 소속 국회의원(대표 자신이 아닌)의 운전비서(급수가 높은 보좌관이나 비서관이 아니라)가 저지른 일이다. 죄상을 낱낱이 밝혀내 엄벌에 처해 달라(당 차원에서 책임질 일은 아니니까).” 이런 말로 들린다. 잘못 들은 건가?

한나라당 윤리위원장을 지낸 인명진 목사가 당의 ‘노쇠’를 지적했던데, 말인즉슨 옳다. 소속 의원들이 연령적으로 고령화했을 뿐만 아니라 의식과 감각도 너무 무뎌졌다. ‘오만과 부패의 정치’ 시대에 한 자리씩 했던 정치인들을 적잖이 끌어안고 있어서 그렇겠지만 변화를 제대로 감지하고 거기에 적응하는 능력이 크게 떨어진다. 자극이나 충격에도 아주 둔감해서 반응을 하는 둥 마는 둥 한다.

홍 대표부터가 그렇다. 지금은 당 대표가 국회의원의 9급 비서를 엄단하라고 남의 일처럼 말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당의 기강이 해이되고 구성원들의 긴장이 이완된 책임은 지도부의 몫이다. 안철수 태풍을 멀거니 바라보기만 하다가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참패한 무기력 정당, 할 줄 아는 것이라고는 의안 강행처리밖에 없는 무능정당, 의원 비서가 장난으로 집에 불을 지르는 작취미성의 정당, 미안하지만 이게 거대 집권당이 풍기는 이미지다.

정말 정권 재창출의 의지를 가졌다면, 지금 이 시점은 2004년 천막당사시절보다 더 혹독하게 스스로를 징벌하고 단련시켜야 할 때다. 모두가 입으로만 ‘쇄신’을 말하며 시간 속으로 피신하려는 모습들이다. 공천권 행사 한번 못해보고 물러나기가 너무 억울해서입니까, 한나라당 리더 여러분? 이대로 가면, 단언컨대 한나라당은 정권을 빼앗길 것입니다!

이진곤 논설고문·경희대 객원교수 jing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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