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궁의 사계] 추사가 새긴 留齋의 가르침 기사의 사진

궁궐이나 사찰 등 전통건축의 현장에서 탐방객의 실력을 테스트하는 첫 관문이 주련(柱聯)과 현판이다. 이 둘을 읽을 줄 알아야 건축의 철학을 알 수 있다. 창덕궁에서 주련과 현판이 많기로는 낙선재 권역, 이 가운데 한정당에 가면 줄줄이 알사탕처럼 걸려 있다. 임금의 장수를 기원하는 글이 많다.

현판 가운데 가장 돋보이는 것은 추사 김정희가 쓴 ‘유재(留齋)’로 여겨진다. 가로 103.4㎝, 세로 32.7㎝ 크기. 유재는 김정희의 제자이자 이조참판을 지낸 남병길의 호다. 낙선재에 걸렸다가 지금은 부산의 일암관이 소장중인데, 그 뜻이 참으로 깊다.

留不盡之巧以還造化 留不盡之祿以還朝廷 留不盡之財以還百姓 留不盡之福以還子孫. 기교를 다하지 않고 남김을 두어 조화로 돌아가게 하고, 녹봉을 다하지 않아 조정으로 돌아가게 하고, 재물을 다하지 않아 백성에게 돌아가게 하고, 내 복을 다하지 않고 남김을 두어 자손에게 돌아가게 한다.

손수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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