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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각-김준동] 승부조작 파문, 그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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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프로축구 K리그가 지난 4일 전북 현대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3월 5일 개막된 지 장장 9개월 만이다. 2011년 프로축구는 야심차게 닻을 올렸다. 1월 제9대 한국프로축구연맹 총재에 취임한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은 취임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축구가 우리나라의 국기(國技)라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하고 싶습니다. 국내 프로축구 K리그를 우리나라에서 가장 흥행하는 프로 스포츠로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재벌회장 출신으로 첫 연맹 수장에 오른 정 총재의 이 발언으로 프로축구계는 아연 활기를 띠었다. 그동안 A매치(국가대표팀 간 경기)에 밀려 침체 늪에서 허덕였던 프로축구가 획기적인 전환점을 맞았다고까지 했다. A매치에 치이고 프로야구에도 치였던 K리그는 실제로 시즌 초반 그야말로 잘나갔다. 주말 경기는 만원 관중을 기록하는 사례가 이어졌고 덩달아 경기도 박진감이 넘쳤다. 당초 목표했던 시즌 첫 350만 관중을 훌쩍 뛰어넘어 400만 관중 유치도 가능하다는 장밋빛 전망이 넘쳐났다.

호사다마라고 했던가. 1983년 K리그 출범 이후 최악의 승부조작 파문이 K리그를 강타하면서 분위기는 돌변했다. 사건의 발단은 5월 창원지검이 프로축구 선수들을 매수해 승부를 조작하게 한 뒤 스포츠복권에 거액의 돈을 걸어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두 명의 선수를 구속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이후 국가대표 출신 공격수 김동현 선수가 승부조작에 가담한 혐의로 검찰에 소환되는 등 프로선수들의 비리가 속속 드러나면서 사태는 일파만파로 확산됐다. 설상가상으로 승부조작에 관여했던 전직 프로축구 선수 정종관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까지 발생하면서 K리그는 최악의 위기에 빠졌다. 승부조작과 관련돼 기소된 전·현직 선수는 무려 59명에 달했다. 7월 말 연맹에 등록된 내국인 선수(603명)의 약 10%가 승부조작에 가담했다는 사실에 축구인들은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K리그를 끌어안은 것은 축구팬들이었다. 팬들은 감독과 선수 간의 불신 등 서로를 믿지 못하고 허둥지둥하던 K리그를 따뜻하게 보듬었다. 승부조작 파문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경기장을 찾아 웃음을 잃은 그라운드에 온기를 불어넣었다. 지난달 30일 전북-울산의 챔피언결정전 1차전 당시 장대비가 내리는 가운데서도 2만5000여명이 찾아 시즌 총 관중 수를 299만7032명으로 올려놓았고, 지난 4일 챔피언결정전 2차전이 열린 전주월드컵경기장에는 3만3554명이 입장했다. 마침내 프로축구 출범 이후 처음으로 ‘300만 관중(303만586명)’ 시대를 활짝 열어젖힌 것이다.

이렇게 축구계가 승부조작 후유증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려 하자 7일 밤에는 조광래 대표팀 감독 전격 경질이 축구판을 흔들었다. 기술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진행된 조 감독 ‘밀실 해임’에 대해 규정을 위반했다는 비판이 만만치 않다. 여기에 대한축구협회 조중연 회장의 정치적 판단에 조 감독이 희생양이 됐다는 얘기도 나온다. 승부조작 파문을 딛고 조금씩 일어나려는 분위기에 협회가 오히려 찬물을 끼얹었다는 반응이다.

내년이면 대한축구협회와 K리그가 각각 출범 80년과 30년을 맞는다. 승부조작의 최대 피해자였지만 언제나 사랑으로 그라운드를 감싸안았던 팬들을 위해 이제 협회와 K리그가 뭔가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축구계에 몸담고 있는 관계자들의 사심 없는 희생정신이 지금 가장 절실할 때다. 그래야만 내년 한국 축구의 재도약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김준동 체육부장 jd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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