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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간·살인 ‘갱’이 美원어민 강사… 왜 못 거르나


원어민 강사·교사가 크게 늘고 있음에도 이들의 범죄경력 등이 제대로 검증되지 않아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원어민 교사의 범죄율도 2008년 0%에서 지난해 1.6%로 증가해 철저한 관리·감독이 시급하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8일 학위증명서를 위조하거나 알선한 혐의(사문서 위조 등)로 재미동포 영어 강사 김모(38)씨 등 2명을 구속하고 이들로부터 학위 위조와 취업을 알선받은 공익근무요원 이모(29)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18개월 때 미국으로 입양돼 애리조나주에서 갱단 생활을 하던 김씨는 2000년 갱단 간 다툼에서 상대 조직원을 살해해 7년간 복역한 뒤 한국으로 추방됐다. 김씨는 서울의 한 종교단체 쉼터에 머물며 미국의 문서위조 업체를 통해 중졸인 학력을 애리조나주립대 졸업으로 둔갑시켰다.

김씨는 이 증명서로 경기도 고양시 한 어학원에서 강사 생활을 했다. 강간죄로 미국에서 10년 복역한 뒤 추방된 또 다른 김모(42)씨 역시 학력을 위조해 수도권 일대에서 무자격 강사로 활동했다.

정부가 원어민 강사에 대한 규정을 강화했지만 실효성은 크지 않다. 정부는 지난 7월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학원법)을 개정해 원어민 강사 채용 시 범죄경력조회서와 건강진단서(약물검사 포함), 학력증명서 제출을 의무화했다. 그러나 정부 조치는 시교육청에 등록하는 원어민 강사에게만 효과가 있을 뿐이다. 영세 학원이 교육청에 강사를 등록하지 않는 한 무등록 강사는 단속의 사각지대에서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다.

학원장이 원어민 강사를 채용할 때 교육청에 신고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가 부과되지만 50만∼150만원에 불과해 무자격 강사를 고용하는 어학원은 과태료를 감수하는 게 현실이다. 구속된 김씨 등이 이용한 미국의 학력위조 업체는 100∼200달러 정도에 유명 대학의 위조된 학위증명서를 제공했다.

서울시교육청도 원어민 강사 단속에 어려움을 토로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서울시내 11개 교육지원청 단속반에서 70∼80명이 활동하는데 강남에만 학원이 3000개가 넘는다”며 “인력 부족과 법무부와의 협력 등에 어려움이 있어 사실상 단속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경찰은 무자격 영어 강사를 확인·신고 절차 없이 채용한 학원장 이모(40·여)씨 등 7명을 해당 교육청에 통보하고 강남과 수도권 일대 어학원을 상대로 강사 불법취업 실태를 추가 수사키로 했다.

최승욱 김미나 기자 apples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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