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기 칼럼] 民生을 위한 정치적 리더십 기사의 사진

“국내외 경제가 요동치는 시기에 국정혼란과 재정기반 잠식을 막을 지도자 아쉬워”

내년 경제 전망이 매우 어둡다. 새해에는 그래도 나아지는 게 있겠지라는 막연한 기대라도 걸고 싶지만 경제동향은 반대로 가고 있다. 게다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둘러싼 논쟁은 본질을 벗어나 반미(反美)책동으로 오염되고 내년 총선을 앞둔 여야 정치권은 민심을 현혹하는 포퓰리즘 경쟁과 당내파벌 다툼에 몰입해 경제를 돌아볼 의지조차 잃었다.

유럽 재정위기는 연일 국내외 금융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대응방안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는 와중에 대세는 점차 현 시스템으론 대처하기 힘든 방향으로 기울어 가고 있다. 정책 당국자들은 유럽 재정위기가 내년 2∼4월 정점에 달해 금제금융시장이 또다시 크게 출렁일 것으로 내다본다. 유럽 국가들의 국채 만기 물량이 이때 집중된 탓이다.

무역 1조 달러 돌파라는 희소식도 주로 수출기업에 해당되는 말이고 내수에 의존하는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에게는 먼 나라 이야기처럼 들린다. 또한 내수시장은 당분간 기대하기 어렵다는 비관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가계부채가 900조원에 육박해 올해 이자부담이 56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니 소비 지출이 늘어나기를 기대하기가 무리다. 부동산 시장 장기 침체로 가계자금이 묶여 있고 건설업계는 빈사상태에 빠져 있다. 대기업들은 경기침체가 길어질 것으로 예상해 자금비축에 나섰다.

우리나라는 경제개발에 본격 착수한 1960년대 이후 난관을 자주 겪었고 1970년대 에너지파동이나 1997년 외환위기와 같은 격랑에 휩싸여 좌초 위험에 몰린 적도 있다. 그러나 그때마다 국민적 단결과 슬기로운 대응으로 고비를 무사히 넘겼다. 그렇게 축적된 역량으로 국력이 한층 더 발전하는 성과를 올렸다. 국난 극복에는 정치적 리더십과 이를 중심으로 결집한 국민의 노력이 큰 역할을 했다.

외환위기 당시에는 임기 말 김영삼 정부가 위기의 실상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실기한 탓에 국민이 많은 고초를 겪어야 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요구에 따라 산업 구조조정과 부실금융 정리를 위한 고환율, 고금리 정책의 한파가 몰아쳐 기업도산이 줄을 이었다. 그나마 후임 정부가 들어서 준비된 리더십과 적시 의사결정으로 대외관계를 안정시키고 국민이 나서 금 모으기 운동 등으로 국난극복에 힘을 보탠 것이 주효해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최근 경제동향을 외환위기에 비교해 호들갑을 떨 단계는 아직 아니다. 해외요인으로 인해 금융시장 변동 폭이 커지고 성장률이 둔화된다 해서 당장 산업 전반에 걸쳐 연쇄도산의 위기가 닥치는 건 아니다. 그동안 외환위기 같은 난관을 극복하면서 우리 경제의 체질도 많이 달라졌다. 다만 세계경제가 이중침체(더블딥) 우려에서 벗어나지 못한 시기에 국내 정치 리더십이 급격히 붕괴함으로써 나타날 수 있는 수출부진과 국정혼란, 그리고 포퓰리즘 확산에 따른 재정기반 잠식 등 부작용을 경계해야 한다.

임기 말 친인척 비리가 불거지면서 이명박 정부의 권력누수현상(레임덕)이 눈에 띄게 빨라지고 있다. 한나라당은 민심이반에 지도부 붕괴, 계파갈등까지 악재가 겹쳐 존폐의 기로에 서 있다. 여당 의원들은 지금 경제를 챙기고 민생을 걱정하기는커녕 어떻게 해야 내년 총선에서 살아남을지 각자 살길을 도모하기에 급급한 처지다. 야권통합을 놓고 내분을 거듭하고 있는 민주당 역시 제 앞가림하기도 벅찬 형편이다.

정치 경제적으로 매우 민감한 시기에는 책임 있는 판단을 내릴 리더십이 절실하다. 레임덕에 빠진 청와대가 주위로부터 철저히 고립되기 전에 새로 들어설 당 지도부와의 관계를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그마저 안 되면 갈라서는 길밖에 없겠지만 대통령이 임기 말 탈당해야 하는 구도는 국정운영과 경제회생에 도움이 되기 어렵다. 무엇보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쏟아져 나오는 무상복지 포퓰리즘 공약을 제어할 당정 간의 원활한 협의가 아쉬운 때다.

편집인 kimsong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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